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사설]코로나 새 발화점 ‘n잡’·밀집노동 대책 시급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29일 100명을 넘어서면서 비슷한 사업장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발화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감염 예방·사후 관리도 없이 방치되는 바람에 수도권의 다른 물류센터, 콜센터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또 확진자 중 상당수가 2~3개의 일자리를 이어가는 소위 ‘n잡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등 코로나 취약 작업장에 대한 방역대책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쿠팡의 집단감염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쿠팡 부천 사업장에서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은 무시됐고, 지자체와 방역당국의 감독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비좁은 식당과 불결한 장비 등 감염 요인은 넘쳐났다. 하지만 ‘코로나 실직’으로 유입된 일용직이나 시간제 노동자들이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코로나 실직자들은 물류센터는 물론 다른 콜센터나 긴급돌봄교실의 단기 시간제 일자리 등 또 다른 일자리들을 메워가며 ‘n차 감염’의 위험요소가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온라인 유통기업 물류센터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밀집 근무하는 작업장 점검을 당부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후 콜센터 등 고위험 사업장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좌석 간격 조정 등을 통한 사업장 내 밀집도 낮추기, 1일 2회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확인, 유증상자 출근·이용 중단 및 업무배제 등이 다 망라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칙들이 쿠팡 물류센터에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향후 2주가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처럼 코로나 방역에 취약한 작업장들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방역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확산은 서둘러 차단하지 않으면 수습이 어려워진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필요도 있다. 아울러 위험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작업장을 옮겨가며 일할 수밖에 없는 n잡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3월과 4월 59만명에 달한다. n잡 노동자들이 줄지 않는 한 코로나 재확산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