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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으로 머리 가린 소녀…이란 언론의 고의 편집 [김동환의 월드줌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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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신문, ‘명예 살인’ 소식 전하며…이슬람 율법에 맞춰 희생자 사진 고의 편집

세계일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란 저널리스트 마시 아리네야드는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로미나의 사진을 게재한 뒤, “이 신문사는 소녀의 머리카락과 발목을 가려 그가 이슬람법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왼쪽은 이란의 매체가 편집한 로미나의 사진, 오른쪽은 로미나의 생전 옷차림으로 추정. 마시 아리네야드 인스타그램(@masih.alinejad) 캡처


집안이 반대한 결혼을 무릅쓰다 아버지에게 ‘명예 살인’ 당한 이란의 10대 소녀와 관련, 현지 매체가 소녀 사진을 ‘이슬람 율법’에 맞춰 편집한 뒤 기사에 실은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길란주 탈레시 지역에 사는 로미나 아슈라피(14)는 연인 관계인 30대 남성과 결혼하려 했으나 집안 반대에 부딪히자 동반 가출했다. 닷새 만에 아버지의 신고로 붙잡힌 소녀는 집으로 돌아왔으며, 잠자던 중 아버지에게 살해됐다.

로미나의 아버지는 범행 뒤 경찰에 자수해 현재 구금 중이며, 현지 언론은 그에게 징역 3~10년이 선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에서는 성범죄 등을 당한 미성년 자녀의 불명예를 씻는다며, 보호자의 살해나 소유물 뺏는 행위를 허락한다. 실제 이슬람권 일부 국가에서는 아버지의 아내·미성년 자녀 훈육 권리를 인정하고 일정 수준의 가정 폭력도 용인한다.

로미나의 아버지가 최고 사형이 내려지는 고의 살인죄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지 매체가 로미나의 사진을 이슬람 율법에 맞게 편집한 사실도 드러나 거센 비난이 쏟아진다.

이슬람에 반기를 들었던 로미나는 생전에 자기 머리카락을 히잡 밖으로 드러내는 등 다소 개방적인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한 신문이 로미나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히잡 일부를 편집해 그의 머리카락을 가리고, 상의와 바지 길이를 늘려 마치 살았을 때도 소녀가 이슬람 율법을 지킨 것처럼 보이게 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란 저널리스트 마시 아리네야드는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사진을 게재한 뒤, “이 신문사는 로미나의 머리카락과 발목을 가려 그가 이슬람법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이슬람의 강제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로미나를 다시 죽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독재성은 소녀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모두 짓밟았다”며 “함께 맞서 싸운다면 그들(이슬람)은 우리를 결코 해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거듭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할 말이 없다” 등 신문을 비난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 댓글 수천개가 달렸다.

세계일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새 의회 회기 첫날인 2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7일 열린 내각회의에서 로미나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 명예 살인과 같은 가정 폭력 범죄의 형량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여성 부통령인 마수메 엡테카르도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범죄는 지금보다 더 엄하게 처벌받아야 하고 (관련) 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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