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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홍콩보안법에 '허브' 흔들린다···韓 수출품 1위 반도체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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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8일 3차 회의를 열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켜서다. 홍콩을 중계무역 기반으로 이용하던 한국 수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끝모를 추락세를 보이는 한국 수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홍콩→제3국, '수출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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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행사에서 '홍콩 보안법' 표결에 참여해 투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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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무역협회는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그간 누려왔던 홍콩 활용의 이점이 약화하고 우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금융(환율)·서비스·투자·물류 경로를 통한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홍콩의 '허브 기능' 약화에 따른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은 수입액의 89%를 재수출하는 세계 중계무역 거점 중 하나다. 한국의 무역 '교두보'이기도 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 홍콩 수출액 중 114%(하역료, 보관비용, 중개수수료 포함)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며 그중 98%가 중국을 향한다. 이 때문에 한국과 홍콩의 무역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한국의 4위 수출국으로, 2019년 기준 전체 수출액의 5.9%(319억1300만달러)를 차지한다.

한국의 1위 수출품인 반도체도 상당량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간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으로의 반도체 수출금액은 222억8700만달러(27조573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금액의 17.3%에 이른다. 이중 9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법인세율은 16.5%로 한국(22%)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3.4%)보다 현저히 낮다. 여기에 이자, 배당, 양도소득이 비과세인 데다 상속세·증여세가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홍콩, 대중(對中) 제재 영향권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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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대 수출 대상국.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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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이 이 같은 중계무역 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해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중국 본토보다 홍콩을 우대해 왔다. 이는 홍콩이 중계무역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이 같은 혜택은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이다.

중국이 제정하려 하는 홍콩보안법이 지난해 범죄인 송환법 반대시위 등 반(反)정부 활동을 전면 금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홍콩의 자치권 훼손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만약 그것(홍콩보안법 제정)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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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는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관세가 홍콩에도 즉시 적용돼 홍콩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 홍콩은 1.6%의 대미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최대 25%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무역협회는 "한국이 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4억8600만달러)에 불과해 (대미) 수출의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홍콩이 중계무역국으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지면 재수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으로 직수출 전환이 불가피하다. 직수출이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대체 항공편을 확보하기도 힘들어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품목은 중국의 통관ㆍ검역이 까다로워 홍콩을 경유할 때보다 통관 불편이 커질 수 있다.



韓 1위 수출품 반도체에 '불똥'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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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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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권으로 편입하면 홍콩에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산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할 수 있어서다. 한국의 대홍콩 수출 중 70%가 반도체이고 그중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79.5%, 시스템반도체는 18.8%다.

이 같은 환경은 가뜩이나 제동이 걸린 한국 수출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은 올해 1월 '플러스' 전환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다시 3개월 연속 주저앉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99개월 만에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주요 수출국의 코로나19 회복이 더뎌지며 5월 1~20일 무역수지 역시 26억8000만달러(3조3085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美·中 환율전쟁까지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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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위안 환율 두 가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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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문제는 미·중 신냉전 중 일부분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중국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7.1293위안으로 고시하며 '환율전쟁'에도 불을 댕겼다. 29일에는 환율을 이보다 높은 7.1316위안으로 고시한 상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안화 환율이 급등(가치 절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져 대중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을 기회 요인으로 볼 여지는 있다. 무역협회는 "미·중 갈등 확대로 홍콩을 경유한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우리 기업이 미국 수출에 있어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수출 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ㆍ정밀 광학기기 등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733억4400만달러(90조6238억원)로 중국에 이어 2위다.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 비중은 44%에 이른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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