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인터뷰] ‘부부의 세계’ 박선영 “‘고예림’은 최후의 승자, 사이다 광고 찍으라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타투데이

‘부부의 세계’에서 박선영은 이태오의 동창이지 바람둥이 회계사 손제혁의 아내 ‘고예림’을 연기했다. 제공ㅣ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부부의 세계’에서 박선영(43)은 남편의 멈추지 않는 바람기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참고 사는 여자 ‘고예림’을 연기했다.

박선영은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 종영 후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치열하게 연기하고 결과가 좋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면서 “많이 배우고 깨닫고 느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4%)로 종편의 역사를 새로 썼고, ‘19금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박선영은 드라마의 신드롬급 인기에 대해 “매회가 마지막인 것 같은 스토리의 몰입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탁월한 연출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체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대놓고 말하긴 꺼려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세련되게 만든 것 같다”고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였다.

참고 살던 고예림은 남편 손제혁(김영민 분)에게 드라마 후반부 이혼을 통보했다. 손제혁은 매달렸고,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재결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고예림은 끝내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두 사람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것은 아니었지만 박선영은 “다들 최후의 승자라고 하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예림이는 그 마지막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이나 다름 없었어요. 결국 홀로서기까지 이 여자가 겪는 상처, 아픔, 고통, 성장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캐릭터였고요. 아마 현실이라면 지선우(김희애 분)처럼 단호하고 극단적인 행동파 보다는 고예림처럼 힘든 시간을 견디며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그래서 마음이 간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 홀로 서잖아요. 그래서 예림이가 좋아요. 최후의 승자라고들 하시던데요.”

스타투데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교양있는 전업주부 ‘고예림’을 연기하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다. 제공ㅣ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겉으론 우아했지만, 속으론 한없이 외롭고 처절했을 고예림을 두고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왜 참고 사냐”며 답답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공감한다”며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선영 역시 이런 뜨거운 반응을 체감했다고 한다.

“당장 이혼하라고, 왜 참고 사냐고 그러는 분들도 많이 계셨죠. 여다경에게 경고하는 신을 보면서는 사이다 광고 찍으라고 하는 반응들도 재밌었어요.”

‘고예림’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복잡다단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던 인물이었다. 웬만한 내공이 있는 배우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역할이었다.

박선영은 “내밀한 심리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섬세하게 표현을 해야 했다. 그래서 너무 많이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처음엔 미스터리한 인물을 구축하려고 했는데 대본을 점차 받아볼수록 예림이는 그냥 참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너무 안타까웠죠. 그런 괴로움을 참고 참는 예림이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럽고 딱하고. 그걸 또 연기하려면 속이 타졌죠. 나중엔 이 여자가 너무 안타깝고 동화돼서 그 심리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교양 있는 전업 주부 고예림을 연기하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헤어는 최대한 단정하게, 의상은 단아하지만 때로는 화려한 느낌으로” 복잡한 예림의 감정 변화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예림이는 많이 참고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문득 한 번씩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는데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미묘한 감정들을 언뜻 행간의 의미로 표현할 때가 많아서 어떤 캐릭터보다 힘들고 고민이 많았죠. 그냥 예림이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참 좋았어요.”

하지만 고예림의 심리에 대해서는 “진짜 공감이 안되더라”고 했다. “왜 바보같이 저럴까 싶었다”며 “남편을 미워하면서도 이 친구가 결국 남편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더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게 결혼이 아니라 결국은 사랑이었던 것”이라며 “결국 그런 힘든 과정들을 통해 성장하고 홀로 선다는 게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박선영은 극중 고예림과 실제 자신은 닮은 듯 다르다고 했다. “이상한 대답 같지만 정말 다른데 많이 비슷하다”는 것.

“저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잘 참는 성격인데 그런 점은 비슷하죠. 신중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단호한 편이에요. 뒤돌아보지 않고 그걸 결정하는데 신중하지만 오래 걸리진 않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가진 것을 확장시켜서 투영하게 되니까 이상하지만 다른데 비슷하다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새벽녘 소파에 앉아 눈물 흘리던 신을 꼽았다. 고예림이 손제혁에게 “난 괜찮지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그 관계에 미래가 없다는 걸 인정하고 털어내는 장면이었는데, 많이 슬펐다”고 기억했다. 배우로서 이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보낸 시간들도 떠올랐다고 한다.

“이 친구로 7개월을 살았는데 그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느낌이었어요.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어요.”

스타투데이

박선영은 호흡을 맞춘 선배 김희애에 대해 “말로 하기가 어려울 만큼 진심으로 존경한다. 여배우들의 로망이자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했다. 제공ㅣ우먼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만난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 “절대적으로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정말 놀랍고 또 놀라운 순간들이었다”고 표현했다.

“누구 한사람 부족함이 없이 그 자리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며 “김희애 선배님은 말로 하기가 어려울 만큼 진심으로 존경한다. 여배우들의 로망이자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했다.

상대 역 김영민에 대해서는 “워낙 연기를 잘 하셔서 호흡이 잘 맞았다. 촬영 전에는 세상 좋은 오빠인데 촬영만 시작하면 아주 미웠다. 현장에서 제가 엄청 구박하고 ‘나쁜 사람’이라며 등짝도 많이 때렸다”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올해로 결혼 10년차를 맞았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부부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게 됐다고 털어놨다.

“부부란 게 가끔 신기해요. 생판 남으로 30년 넘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세상 제일 가까운 사이가 된 거잖아요. 서로를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함께 가는 거죠. 손잡고.”

happy@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