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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2500만명 찾는 베네치아가 '느림' 택했다···코로나가 바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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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명 관광도시 베네치아에는 해마다 2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고풍스러운 건축물은 인파에 가려지고, 곤돌라가 오가는 운하엔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기 일쑤였다. 급기야 '관광 공해'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명 관광지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 현지인들이 피해를 보는 데서 생긴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베네치아의 이런 풍경을 바꿔놨다. 관광객이 줄면서 운하엔 맑은 물이 흐르고, 북적거리던 좁은 골목길도 평온을 되찾았다. 베네치아는 내친김에 여행자 수를 제한하는 문제 등을 논의 중이다. 베네치아 당국은 "여행자에게는 보다 느리고 친환경적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현지인들에겐 삶에 위협을 받지 않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과잉 관광'에 몸살을 앓던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여행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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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촬영된 깨끗한 하늘.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 공해가 줄었기 때문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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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업이 코로나19로 막심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래 항공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명 관광지들은 텅텅 비었다"며 "전 세계에서 관련 일자리 1억여개가 위협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활동이 조금씩 재개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앞으로 여행 산업은 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행자 개인은 물론 지역 사회,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더 나은 여행이란 무엇인지" 살펴볼 기회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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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촬영된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 베니스의 운하.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봉쇄령이 내려져 관광객이 끊기자 이곳 수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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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외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지속가능한 관광업'을 고민 중이다.

가디언은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에 사람들은 맑아진 베네치아 운하와 깨끗해진 인도의 하늘을 봤다"며 "미래의 여행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지역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더 의식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식의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얘기다.

CNN 또한 "관광업이 오랜 침체를 맞을 것이란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더믹이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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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 봉쇄령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적하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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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나 장기 여행이 다시 활성화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관광객과 현지인이 서로 좀 더 존중하고 상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방송은 "더 느리고 더 사려 깊은 여행, 종국에는 여행자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여행"이 코로나19 이후 여행산업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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