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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현준 효성 회장의 승부수…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 ‘수소경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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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이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이어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효성은 최근 산업용 가스 전문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대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효성과 린데그룹은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효성이 보유한 울산 용연 공장 내 약 3만㎡ 부지에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한다. 연산 1만3000t 규모로 수소차 10만대에 사용 가능한 물량이다.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두 회사는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 공장을 착공해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신설 공장에서는 기존 효성 용연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생수소에 린데의 수소 액화기술·설비를 적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린데는 고압의 기체 상태인 수소를 액화시키는 액화수소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산업가스 부문에서 280억달러(약 34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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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최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린데그룹과 울산 액화수소 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운 효성 부회장, 김정진 린데코리아 사장, 조현준 효성 회장,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정성욱 린데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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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액화수소 공장 기대효과는

▷기체수소보다 운송비 줄어 효율성 UP

효성과 린데그룹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액화수소 생산부터 운송, 충전시설 설치, 운영까지 협력할 계획이다. 액화수소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액화수소 충전 인프라도 구축한다.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50여곳의 수소충전소를 신설하고 기존 충전소 70여곳에 액화수소 충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2000년 CNG(압축천연가스)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고 2008년부터는 수소충전소 보급사업을 해왔다. 전국 15곳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만 40%에 달한다. 효성 주도로 이번 액화수소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수소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마침 정부도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보급하는 등 수소경제를 키우기로 했다. 목표치는 거창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저장과 운송에 많은 비용이 드는 기체 상태의 수소만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화수소를 사용할 경우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만큼 기대효과가 상당하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저장·운송에 드는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기체수소의 경우 탱크로리 1개에 250㎏을 운송하는데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의 14배인 3500㎏까지 운송이 가능하다. 또한 액화수소는 저압 상태라 고압 상태로 유지되는 기체수소보다 안전해 도심 지역 설치가 쉽다.

운영 효율성도 한 수 위다. 승용차 1대를 충전할 때 기체수소는 12분가량 걸리지만 액화수소는 3분이면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다. 충전시간이 줄면서 고용량 수소 연료가 필요한 수소버스, 수소트럭 등 대형 수소차 시장도 함께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액화수소는 수소전기차는 물론이고 드론, 선박, 지게차 등 다양한 운송수단 분야에 쓰이는 만큼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조현준 회장은 린데그룹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친환경 에너지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번 액화수소 사업이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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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투자도 눈길

▷수소차 연료탱크 핵심 소재 활용

효성이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8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내놨다. 당시 전북 전주에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연산 2만4000t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톱3 탄소섬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발표했다.

탄소섬유는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각광받는 신소재다. 철보다 10배 강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 수준에 그쳐 수소차 연료탱크를 제조하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효성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를 개발해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 ‘규모의 경제’ 효과로 효성 탄소섬유 제조원가가 10% 이상 줄어들고 투자 회수 기간은 3~4년으로 앞당겨져 경제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일본산 탄소섬유가 수출규제를 받아 효성은 대한민국 대표 소재기업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도 현재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30년 100억달러(약 12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이 탄소섬유뿐 아니라 액화수소까지 생산하기로 하면서 수소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기대했다.

효성 실적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주력 5개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이들 회사 총 매출은 18조119억원, 영업이익은 1조102억원을 달성했다. 효성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6년(1조163억원) 이후 3년 만이다. 효성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해 지주사 존속법인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으로 개편했다. 효성 측은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섬유 판매가 늘었고 탄소섬유 등 신사업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효성 실적이 주춤한 데다 조현준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오너 리스크에 휘말린 점도 변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말 조현준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인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TRS는 금융사가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특정 기업 주식을 매수한 뒤 해당 기업에 실질적으로 투자하려는 곳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수료 등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해 기업이 계열사 지원 또는 지배구조 회피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조 회장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자 효성그룹 차원에서 TRS 거래를 통해 자금을 대줬다고 봤다. 2018년 4월 시정명령과 함께 3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뒤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효성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한동안 순항하던 효성 실적도 올 들어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효성 영업이익은 125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순손실만 29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여파로 효성 실적이 하락세인데 액화수소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곧장 실적에 기여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업에 맞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효성의 수소사업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싶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0호 (2020.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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