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6일 시민들이 '흑인을 죽이는 걸 그만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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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틀째 계속되는 과정에서 일부 폭동 양상도 목격됐다. 심상찮은 여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신속한 조사’를 명령했다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 수천 명이 전날부터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기소하라!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에서 행진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이튿날 새벽까지 시위가 점차 격화하면서 일부 시위대가 빈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저지르는 소동도 벌어졌다.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질식사 관련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한 남성이 불타는 오토존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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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지난 25일 플로이드(46)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면서였다. 당시 한 경찰관은 그를 위조지폐 거래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5분 이상 무릎으로 압박했고,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수차례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관련 경찰관 4명을 즉시 해임하고, 미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건 당시 ‘플로이드가 술에 취해 저항했다’ 경찰 해명과 달리, 그가 애초에 수갑을 차고 있어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나면서 화를 더 키웠다. 27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8차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차를 가로막으며 거센 연대 항의 시위를 벌였다.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질식사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할리우드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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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서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요청으로 “FBI와 사법당국이 이 슬픈 사건을 이미 조사 중”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같은 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 모든 문제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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