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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갈팡질팡해 늦었지만···" 혁명 실패 이유로 김재규가 지목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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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그때 그 목소리, 10ㆍ26 ⑥


10ㆍ26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국장은 유신 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수 년 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반면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보부장은 집권욕이 빚은 내란 음모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양측이 일치하는 것이 있다면 우발적 혹은 감정적 범행이라는 점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김 전 부장을 비롯한 10ㆍ26 가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사전에 모의되거나 계획된 흔적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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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사관들로부터 신문을 받고 있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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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장의 최측근인 박흥주 대령(김 전부장의 비서실장)은 이날 궁정동 안가에서 총격 40분 전 암살 계획을 들었다. 그는 1심 재판에서 “그 자리에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고. 이게 어떻게 진전이 되는가 하는 것을 의혹을 가지고 상당히 놀랐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장을 도울 인원을 모으기 위해) 30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김 전 부장 스스로도 “엄청난 일을 하기는 해놨는데 (박 전 대통령 암살 직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순간에 갈팡질팡하다가 조금 (사건을 정리할) 시간이 늦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암살은 향후 파장을 고려하면 치밀한 사전 계획과 동조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의 법정 진술을 종합해보면 김 전 부장은 10월 26일 만찬 직전까지도 이에 대해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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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사태 공판장에 입장하고 있는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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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행보에서도 이같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궁정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암살한 김재규 전 부장은 김계원 전 비서실장에게 보안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이 육군본부로 이동하자 안가에 홀로 남겨진 김 전 실장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10ㆍ26이 김 전 부장 측의 희망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변수로 작용했다. 김 전 부장은 훗날 재판에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번 혁명 실패는 김계원 실장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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