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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출 급감·취업률 악화·디플레이션 경고 등 ‘위기의식’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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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역성장 전망·기준금리 인하 배경은



경향신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근 임명된 조윤제 금통위원은 보유 주식의 직무연관성 관련 인사혁신처의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날 회의에는 제척됐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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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 “실효하한 가까워”…금리 더 내리면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 “금리 인하 혜택,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효과 미미”

한국은행이 28일 공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0.2%)가 현실이 될 경우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수출과 내수는 2분기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예상대로 0.3% 상승에 그칠 경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0%로 낮춘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1%에서 마이너스 0.2%로 무려 2.3%포인트 낮췄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 전망이 나왔다가 실제로는 0.8% 성장하는 호실적을 거둔 바 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다. 수출과 내수 등 올 들어 여러 경기지표가 악화돼서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3% 줄어든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고, 이달 1~20일에는 203억달러로 20.3% 감소했다.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한은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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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KDI(한국개발연구원) 전망(0.2%)은 낙관적이며, 한은의 역성장 전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1.2%)과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1.5%), 피치(-1.2%), 무디스(-0.5%) 등의 전망치는 한은보다 더 어둡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 수출지표가 크게 나빠지고 있어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역대 최저인 연 0.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 3월(1.25%→0.75%) 이후 2개월 만에 추가 인하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감안했을 때 한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효하한은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당초 금리 인하로 기대했던 경기부양 등 효과보다 외국인 자금 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워낙 저금리 상황인 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와 혜택이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기업 등에만 한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발맞춰 한은이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등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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