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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홍콩 보안법' 통과, 한국 "영향은 제한적", 일본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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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일 중국 대사 초치

중앙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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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28일 미·중 전략 경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외교전략조정 회의의 ‘경제 분과’와 ‘안보 분과’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중국=경제, 미국=안보’로 분리 접근해왔던 한국의 외교 전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강경화 장관은 “최근 현안들은 안보와 경제, 과학기술 분야를 관통하는 융·복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보다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원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이원화됐던 안보·경제 분과를 조세영 제1차관 주도로 합치는 방안이 검토됐다. 강 장관 모두발언 이후의 비공개회의도 조 차관이 진행했다고 한다.

이번 통합은 쉽게 말해 국정원이 산자부와 합동 회의를 하는 게 가능해졌단 의미다. 지난해 6월 미·중 무역보복, 화웨이 사건 등을 계기로 출범한 외교전략 조정회의는 지금까지 조 차관이 외교ㆍ안보 분과를, 이태호 제2차관이 경제ㆍ기술과학 분과를 맡아 부처별로 논의하고, 이후 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과 합동 회의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 때문에 외교·국방부·국정원과 산업자원통상부·보건복지부 등이 따로 논의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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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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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정에는 최근 미·중 충돌 양상이 안보와 경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 화웨이를 퇴출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코로나19로 ‘공중 보건=국가 안보’라는 인식이 생겼다. 최근 ‘중국의 홍콩 안전수호에 관한 법(홍콩 국가보안법) 제정→미국의 홍콩의 특별 대우 지위 철회 검토’ 문제도 안보·경제 문제가 결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만 “이날 회의는 홍콩 국가보안법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미·중 갈등의 영향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선 지금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구태여 먼저 찬ㆍ반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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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국가보안법' 처리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화·로이터=연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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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도 이날 외교부가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의 갈등과 파급효과와 관련해 우려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이나 중국, 홍콩 보안법 등 구체적인 나라 이름이나 이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공개적으로 편들지 않는 그 자체가 한국의 입장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영향이 현재까지 제한적’이라는 당국자의 발언과 관련, 한 소식통은 “외교부가 판단하는 기준은 당장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선 미 상무부의 이달 화웨이 반도체 제재 문제는 일부 거론됐다고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상품인 D램·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칩이 타깃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앞서 코델 헐 미 상무부 차관보도 2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에 맞춰 설계된 반도체 칩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국의 SK하이닉스 사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별 대우를 철회할지 검토하겠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홍콩에 적을 둔 한국 기업들이 당장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미 국내법에 따른 조치로, 한국 기업이 당장 홍콩에서 철수해야 하거나 관세에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홍콩은 WTO에서 개별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협정(WTO) 양허관세 규정’ 등을 따르고 있어서다.

물론 이 문제도 미국이 WTO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홍콩은 뉴욕·런던·도쿄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금융 허브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일본은 즉각 우려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하기까지 했다. 28일 저녁 NHK에 따르면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쿵쉬안유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번 사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키바 차관은 "홍콩은 일국양제 하에서 자유롭게 열린 체제가 유지되고 민주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국가안전법제 도입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홍콩 문제에 관해 미국과 철저하게 보조를 맞춰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홍콩시민이 강하게 걱정하는 가운데 (홍콩 보안법이) 의결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일본과 중국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과제에 함께 몰두해야 할 관계”라면 “이런 관계를 진전시키면서도 주장할 것은 주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이유정ㆍ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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