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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0원 더 내면 이렇게 입고, 러시아의 배달 '윤리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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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코로나 사태로 유흥업소가 일제히 문을 닫자, 직장을 잃은 스트리퍼(옷을 벗어가며 춤을 추는 댄서)들이 이색적인 음식 배달에 나섰다. 이들은 아래위 속옷만 걸친 파격적인 복장으로 대낮 거리를 활보하며 손님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현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며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낳고 있다.

조선일보

/트위터 캡처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현지 소셜미디어에 일련의 여성 배달원들이 배달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사진 속 여성들은 검정이나 빨강 상·하의 속옷과 스타킹만 걸친 차림으로 피자 등을 손님들에게 날랐다. 각자 코로나 방지 마스크와 장갑도 낀 모습이었다. 현재 이들 사진은 ‘좋아요’ 수백개씩을 받고, 수십건씩 공유되고 있다.

이 여성들은 러시아 시베리아 야쿠츠크 지역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스트리퍼들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러시아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 휴업령을 내리면서 유흥업소 영업이 중단되자 이들도 덩달아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배달 영업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자 현지 피자 업체가 이들을 배달원으로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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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


이들을 고용한 피자 업체 시티피자 측은 “요즘 노동 시장 상황에서 배달원을 구하기는 힘들다”며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체 측에 따르면 손님 요청에 따라 이들이 배달에 나설 경우 미디움 사이즈 피자 한판 가격에 해당하는 500루블(87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안전 문제로 배달 시 보안 요원이 이들을 동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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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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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츠크는 연간 평균 기온이 영하 9도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한겨울인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며 7월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영상 19도쯤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 측은 이를 들어 “현재 바깥 기온은 영상 20도 정도로 배달원들의 건강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야쿠츠크 당국은 “현재까지는 안전하게 배달이 이뤄지면서 어떠한 법규 위반 사항도 접수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순전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는 우리는 (이 배달이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상에서는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임시라도 직장이 생겨 다행이다”는 여론도 일부 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노출 복장의 한 여성 배달원을 몰래 찍은 듯한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자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가게 영업을 중단시켜라” 등의 댓글 100여개가 줄줄이 달렸다.

한편 코로나 봉쇄령으로 휴업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 식당들에선 이달 중순 ‘나체 사진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국의 봉쇄령에 반발하며 정상 영업을 요구하는 취지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국 단위 휴업령을 해제했지만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다수 지역은 여전히 휴업령이 지속되고 있다. 구체적인 해제 결정을 지자체장에게 일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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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휴업령에 반대하며 누드 사진 캠페인을 벌이는 러시아 식당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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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러시아 각지 식당 종업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체로 중요 부위만 가린 모습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찍어 올렸다. 손에는 러시아어로 ‘벌거벗은 레스토랑’ ‘(휴업령의) 끝은 언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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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휴업령에 반대하며 누드 사진 캠페인을 벌이는 러시아 식당들. /인스타그램 캡처


캠페인은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부터 시작해 발트해 근처 칼리닌그라드나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등지까지 널리 퍼졌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만 해당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 수가 200개에 다다르고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개수는 수천개에 달한다.

이들의 캠페인이 응원 받는 건 휴업령 실시 이후 실업률이 치솟고 세수가 줄어드는 등 러시아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은 탓이다. 특히 중·소규모 식당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다. 당국이 지원금 마련 등 대책을 내놨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러시아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37만명을 넘어 미국·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다. 사망자는 4000명에 육박한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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