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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MVP인데 벤치로…전북의 김보경 딜레마, 쉽지 않은 2선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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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전북 현대 김보경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진행된 ‘2020 K리그1’ 개막전에서 고승범을 뿌리치고 돌파를 시도하고있다. 2020.05.0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지난해 K리그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은 김보경이 벤치에 앉았다. 전북 현대 입장에선 ‘딜레마’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지난 24일 안방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3라운드 경기에서 김보경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전북은 올해 2~3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두 경기와 앞선 K리그 1~2라운드에서 모두 김보경~쿠니모토~이승기로 이어지는 2선 카드를 활용했다. 기술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 세 명을 배치해 공격적이면서 창조적으로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모라이스 감독의 이 작전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ACL은 물론이고 K리그에서도 전북은 시원하게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수원 삼성전에서는 세트피스로 1득점했고,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전에서도 몇 차례 위기를 넘긴 후 간신히 한 골 차로 승리했다. 전체적으로 2선의 시너지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모라이스 감독은 김보경을 빼고 쿠니모토에게 볼 배급을 집중시키는 전술로 우회했다. 쿠니모토는 2선뿐 아니라 3선까지 내려와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했다. 기록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 자료에 따르면 쿠니모토는 대구전에서 총 77회 패스를 시도했다. 수원(40회), 부산(33회)전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성공횟수도 64회로 앞의 두 경기 57회를 상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쿠니모토의 장악력이 올라가면서 전북도 전에 비해 조금 더 콤팩트 하고 빠른 템포로 전진하는 모습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김보경은 다른 경기에서도 전략에 맞춰서 선발, 또는 교체가 될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김보경을 무조건 선발로 쓰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렇다고 전북이 앞으로도 김보경을 배제한 채 쿠니모토만을 팀의 엔진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지난해 리그 MVP 김보경을 마냥 벤치 자원으로 쓰는 것은 자원 낭비다. 게다가 상대가 쿠니모토를 집중적으로 틀어막는 작전으로 나온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김보경과 쿠니모토의 공존 방법을 찾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초반의 시행착오가 있긴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과거 전북은 김보경과 이재성 조합을 앞세워 아시아를 정복했다. 지금도 두 왼발잡이 테크니션이 조화를 이뤄 강력한 힘을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3연승에 묻히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선발로 나서는 이승기의 존재감도 흐릿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승기는 3경기서 아직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대구전에서는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쿠니모토, 김보경과 함께 출전할 때 누려야 할 이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상대가 라인을 내리고 공간을 좁혀 수비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선수 개인의 부족함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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