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복장을 편하게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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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당 안팎에서 비등하는 '윤미향 사퇴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더K 호텔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대단히 왜곡된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져야 하나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꺼낸 말이었다. 이 대표는 “30여 년 활동이 정쟁이나 악의적 폄훼, 극우파의 악용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의원직 사퇴 여론이 70.4%에 달한다는 여론조사(지난 26일, 리얼미터)까지 나왔지만, 이 대표의 발언 수위는 이날이 가장 높았다. 이전까지는 “나도 시민단체를 해봐서 안다. (계좌를 통한 기부금 공개는) 기부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쉽지 않다”(20일 최고위원회)라거나 "개별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는 정도였다.
윤 당선인을 감싼 건 이 대표만은 아니다. 이날 이어진 당선인 워크숍 도중 기자들과 만난 우상호 의원은 "할머니가 화났다고 사퇴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당내 기류에 대해 “털고 가자는 의원들이 많지 않았다. 분명하게 뭘 잘못했는지 드러났을 때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게 압도적 다수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 이게 내 문제가 될 수 있다. 같은 당의 동지인데 부담이 안 될 수 없다”면서 한 말이다. 우 의원은 또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윤 당선인이)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것이 동기”라는 말도 했다.
여러 차례 윤 당선인을 옹호했던 김두관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연 활동을 폄훼해선 안 된다”며 “천황폐하 칭송하고 정신대 독려했던 그런 언론이 아무런 자기반성 없이 (비판)하는 건 본질과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 불참한 윤미향 당선인의 이름표가 행사장 입구에 놓여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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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발언으로 이 할머니의 두번째 회견 이후 당내 확산하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흐름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도 “윤 당선인에게 신속하게 입장 표명해줄 것을 요청한다”(김해영 최고위원)는 등 윤 당선인을 압박하는 발언들이 나오긴 했지만, 이 대표의 말 때문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익명을 원한 한 핵심당직자는 "당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그만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지만, 이 대표의 판단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가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충청권 재선 의원은 "시민단체와 인연이 깊은 중진들일수록 윤 당선인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 대표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제명 조치한 양정숙 당선인과는 달리 윤 당선인은 사실상 현 지도부가 직접 낙점해 영입한 케이스라는 점도 이 대표의 고려사항일 것"(여권 핵심 관계자)이라거나 "문제 제기를 주도한 보수 언론에 대한 이 대표의 오랜 불신도 작용하고 있을 것"(민주당 재선 당선인) 등의 말도 나온다.
결국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입을 바라보거나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길을 택한 셈이 됐다. 윤 당선인과 연락을 취해 왔다는 정춘숙 의원은 "모든 사람이 빨리 입장 표명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 이야기되던 걸 쭉 정리하긴 할 거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원 임기 개시 전에 윤 당선인이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개원 전 입장 발표는 없을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충청권 재선 의원은 "당 차원의 부담이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놓고 자진 사퇴로 몰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차라리 검찰 수사가 신속히 진행돼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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