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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北 '고도의 격동 상태' 선언···"핵무기 즉시 쏠 수 있게 한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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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北군 간부회의서 "전략무기 고도 격동 상태 운영"

"핵무기 즉시 쏠 수 있게 한다는 말..현재 미·러 정도 가능"

중앙일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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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무기를 발사 준비 상태로 놓겠다는 의미”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7일 한반도평화연구원의 논평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군사위원회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 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을 논의했다고 한 것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짧은 시간 내에 발사가 가능한 상태로 배치하겠다’는 중요한 선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이 노동신문 국문판에서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겠다고 한 부분은 영문판에서 “전략 무기(strategic armed forces)를 고도 경보 상태로 운영(on a high alert operation)"으로 표현됐다. 북한은 ‘핵 억지력(nuclear war deterrence)’이라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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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사진에 등장한 무기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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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 교수는 “핵무기를 ‘하이 얼러트(high alertㆍ고도 경보)’로 둔다는 것은 즉시 발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현재 이 기술이 가능한 나라는 핵보유국 중에서도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핵무기 경보 상태는 핵 군축ㆍ비확산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핵보유국들이 경보 상태를 낮춰 즉시 쏠 수 있는 핵무기를 최대한 줄이는 게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고도 경보 핵무기'는 보통 15분 이내 발사가 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미국은 냉전 시기 미사일을 감지하자마자 핵미사일로 보복하는 ‘경보 즉시 발사(LOW·Launch on warning)’ 전략을 도입했다. 즉시 발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핵무기가 상시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ㆍ러는 2010년 ‘뉴스타트 조약(새로운 전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매년 실전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탑재한 핵탄두 개수를 공개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국은 668개(핵탄두 1376개), 러시아는 513개(1426개)라고 공시했다. 실전 배치된 무기 중에서도 짧은 시간에 쏠 수 있는 고도 경보 상태의 무기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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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6일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브라스카함(SSBN 739)이 미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훈련용으로 핵탄두를 실지 않았다. [사진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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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학자연맹(FAS)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7년 고도 경보 상태로 배치한 핵탄두 개수는 미국이 852개, 러시아가 897개, 프랑스가 약 80개, 영국은 약 40개였다. 중국ㆍ파키스탄ㆍ인도ㆍ이스라엘ㆍ북한은 한 개도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은 표면상 선제핵불사용(NFU·No First Use) 원칙을 표방하고 있어서 평시에 핵탄두와 이동수단(미사일)을 분리해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를 '고도 경보'로 놓겠다는 것은 이 균형을 깨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즉시 운영 가능한 핵무기가 ICBM인지, SLBM인지도 현재로써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북한의 이런 언급이 미국을 겨냥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언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핵무기를 상시적인 경보 상태로 두려면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미·러 수준을 달성했다기보다 북한 기준에서 ‘하이 얼러트’라고 표현했을 수 있다”며 “ICBM은 액체 연료를 쓴다면 준비에서 발사까지 수 시간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체 연료 기술이 발달해 있다면 한 시간 안팎도 가능하다고 한다.

천 이사장은 “핵무기는 쏘기 전까지는 능력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외적인 선언만으로 억지력을 구축하기도 한다”며 “북한도 일종의 선언 전략을 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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