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분담금 더 내라는 美, 전작권 전환까지 걸고 넘어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 202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원하는 수준의 증액을 한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임기(2022년 5월)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역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전작권 전환 2단계 평가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연합훈련 일정이 당초 8월에서 9월로 늦춰졌다"며 "이번 연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9월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스케줄을 위해 올해 마쳐야 할 2단계 평가의 마지노선이다. 9월 훈련을 마쳐야만 10월에 이를 평가한 뒤 10월 말~11월 초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승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를 마쳐야 이르면 2022년 전작권이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군이 시간을 끌어 2단계 평가를 올해 안에 마치지 못할 경우 전작권 전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이다.

중앙일보

전작권 전환 조건 3가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군이 2단계 훈련을 9월로 연기한 데 이어 이마저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측이 관련 회의엔 꼬박꼬박 참석하지만, 중요 사항을 결정하려고 하면 매번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답한다”고 전했다. 일종의 '태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또 지나치게 과도한 검증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소식통은 “때로는 미군이 작전을 주도하는 현재도 달성하지 못하는 능력을 한국군이 갖춰야 한다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작권을 넘겨줄 생각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전작권 전환 후 한미 연합방위체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번 연기된 9월 FOC 훈련이 그나마 계획대로 열리려면 다음 달 중순까진 구체적인 훈련 내용이 확정돼야 한다. 유사시 미 본토에서 오는 미군 증원 전력의 핵심인 주 방위군과 예비군을 FOC 훈련에 소집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소집을 통보하고, 항공편ㆍ숙소ㆍ특별수당 등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순이 전작권 전환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연계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드러나는 일종의 '진실의 순간'인 셈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가운데)이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사진 오른쪽),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사진 왼쪽) 등과 함께 한국 육군 제5포병여단 자주포 실사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다음 달 화상 회담을 연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방위비 분담금과 전작권 전환을 놓고 두 장관이 일종의 '담판'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도 “두 사안은 서로 긴밀히 얽혀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공식적으론 '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하진 않겠지만, 미국에게 한국이 서두르는 전작권 전환 이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유용한 카드"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단 9월 FOC 검증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연합훈련을 여러 개로 나눠 실시할 것을 미군에 제안할 방침이다. 방어와 공격, 공중전과 해상전, 군수와 공병 등 병과 별로 연합훈련을 따로 연 뒤 나중에 개별 훈련 결과를 종합하자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미군을 배려해 지휘소에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모아놓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훈련마저도 미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인 데다, 부실한 연합훈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 예비역 육군 중장은 ”국방부의 방안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전체로 듣지 않고 현악부 따로, 관악부 따로 듣는 것과 같다“며 ”졸속 평가로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