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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깡으로 버틴 ‘8년 터널’… 내려놓으니 불타는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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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딛고 NC 주전 발돋움 강진성

동아일보

NC 강진성은 올 시즌 개막 직전 레그 킥을 포기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을 치는 등 맹활약한 그는 최근 선발 1루수 자리를 꿰찼다. 26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 4번 타자로 출전했다.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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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다 또렷이 생각나요.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에 대타 끝내기 안타…, 역전 3점 홈런도 생생해요.”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이 줄줄이 이어졌다. NC 강진성(27)은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쉬는 날 야구장에 나오는 것도 즐겁고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33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강진성은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막 직후 대타로 출전한 2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치는 등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덕분에 개막 열흘째인 14일부터 선발 1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요즘 강진성의 방망이는 뜨겁다. 규정 타석을 아직 채우진 못했지만 26일 현재 팀에서 가장 높은 타율(0.475)에 최다 타점(15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도 4개로 나성범(31), 박석민(35)과 함께 팀 내 공동 선두다. 26일 키움과의 경기에는 올 시즌 처음 4번 타자로 출전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247, 2홈런에 그쳤던 강진성이 이처럼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폼을 버린 덕분이다. 강진성은 그동안 타격 재능에 비해 실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진성은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시즌 개막 전 타격 페이스가 너무 안 좋았다. 연습경기 막바지 무렵에 감독님께서 ‘레그 킥을 버려 보자’고 하시더라. (입단 후) 7, 8년을 유지해온 폼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안 되면 2군에 내려갔다가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도전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타격 시 앞쪽 발(우타자의 경우 왼발)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타격을 하는 레그 킥은 타구에 힘을 싣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야가 흔들림으로써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동욱 NC 감독과 코치 시절부터 함께하며 오랜 시간 믿음을 쌓아온 것도 모험에 가까운 변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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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성은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92kg에서 87kg으로 줄였다. 그는 “스윙 스피드를 늘릴 생각에 몸집을 키웠는데 경찰청 시절(2014, 2015년)에 몸이 가장 좋았던 것이 떠올라 그 당시로 체중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덕분에 좀 더 여유를 갖고 상대 투수의 특징이나 볼 배합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KBO리그 강광회 심판(52·태평양·쌍방울 외야수 출신)의 아들인 강진성은 최근 아버지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강진성은 그라운드에서 심판으로 나선 아버지와 몇 차례 마주친 바 있다. KBO리그에는 심판이 가족의 경기에는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규정은 없다. 심판 배정은 시즌 전 팀 간 대진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NC 주장 양의지로부터 “1년 치 활약을 미리 다 했으니 마음 편하게 경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강진성의 목표는 늘 성실하게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언젠가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 싶다”는 것이다. 강진성의 달궈진 방망이가 선두를 질주하는 NC 타선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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