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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증시 1조달러 사라지나…"中기업 본토 유턴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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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WSJ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되면 선전·상하이 증권거래소 매력 부각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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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월가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다./사진=AFP



코로나19(COVID-19) 대처와 진원지를 둘러싼 미중갈등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전방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유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서 들리는 이야기(Heard on the Street)' 칼럼을 통해 "많은 중국 기업들이 중국 본토 유턴을 준비중"이라며 "홍콩 국가안보법이 통과되면 홍콩보다는 선전, 상하이 등이 이러한 유턴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美 "中기업에 투자 말라"…상장 규제 강화하고 상장 폐지 유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 상원은 '외국기업 책임법'을 지난 20일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외국 정부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며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 감사에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장 폐지 조치도 가능하다.

여기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외국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하려면 최소한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공모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나스닥의 IPO 규정 강화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 사건 때문이다. 나스닥은 회계 부정을 일으킨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에 대해 주식 거래 중단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19일 상장 폐지도 통보했다. 지난달 2일 루이싱은 지난해 2∼4분기 매출액이 허위 거래로 인해 22억위안(3800억원) 정도 부풀려졌다고 자백했다.

두 조치 모두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 규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을 발의한 상원의원은 대놓고 "중국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속이는 걸 막아줄 법"이라고 밝혔다.

미 노동부는 산하 연방 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연방 공무원 연금기금)를 향해 "중국 기업 주식 투자 진행 사항을 전면 중단하기를 바란다"면서 "중국 업체는 미국의 재무공개규칙을 지킬 의무도 없기 때문에 기업이 투명하지 않고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지난 24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을 장악하면 더이상 자유와 자본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곳이 되기 때문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혜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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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사진=WSJ 홈페이지, 골드만삭스





中기업 시총 1조달러, 절반이 알리바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우선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안팎이다. 이는 미국 자본 시장의 3.3%에 해당한다. 1조달러 가량의 시가총액 중 절반 이상을 알리바바가 차지한다.

최근 IPO 사례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킹소프트로, 이 회사는 나스닥 IPO를 통해 5억1000만달러(약 6200억원)를 조달했다.

WSJ는 "국가보안법은 홍콩 거래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홍콩의 법치주의, 언론의 자유, 개방 자본체제는 오래 전부터 중국 본토의 거래소보다 유리했는데, 양회에서 국가보안법이 발표된 다음 날 홍콩 항셍지수는 6% 가까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WSJ는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중국 기업의 가치가 (뉴욕증권거래소보다)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점은 중국 기업들을 본토로 끌어당길 유인이 된다"면서 "가령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웨이퍼 생산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가 수십억달러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조달했을 때, 주가는 하루만에 11% 급등했다"고 전했다.

SMIC는 지난해 "거래량이 적고 기타 행정적인 비용 때문"이라면서 뉴욕증시 상장을 폐지했다. 미중갈등 때문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WSJ는 "앞으로 많은 수의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본국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는 나스닥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두는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는데다 미중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홍콩이나 중국의 거래소로 옮겨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이번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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