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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초격차가 한국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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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비메모리 톱5 진입하자

미국, 퀄컴·애플 따라잡힐까 우려

TSMC 압박하고 화웨이 추가제재

한국, 규제 풀어 비메모리 키워야

트럼프, 중국 화웨이 압박에 이어

한국에 뺏긴 메모리도 노릴 가능성

시진핑은 ‘반도체 굴기’ 투자 독려



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① 반도체 세계대전 〈상〉



중앙일보

미중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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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다시 정면충돌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지키려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 모두 한 치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미래 패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 신(新)냉전’ 시대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할수록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은 커져 가고 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앞으로 완전한 내수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고 과학기술 및 다른 방면의 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전국위원회의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에서다. 미국의 각종 거래 제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뉘앙스다.

앞서 미국은 22일 중국 기업 33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제한했다. 33곳 중 24곳이 인공지능(AI), 보안 소프트웨어, 광학기술 등 첨단 IT(정보기술) 업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화웨이에 대해 지난해 이후 꼭 1년 만에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미국의 기술을 활용해 비메모리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 언론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차단해 화웨이의 숨통을 끊겠다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미·중 간 충돌로 당장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미국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5나노 공정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퀄컴·AMD·엔비디아·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지금보다 TSMC에 주문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TSMC를 뒤쫓는 삼성전자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호응해 평택에 13조원을 들여 5나노 공정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확장을 직·간접 압박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충돌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서로 한국에 자기 편에 서라고 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나아가 ‘반도체 자급주의’를 추진하고, 일본까지 반도체 부흥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반도체가 4차산업혁명 심장, 미·중 양보없는 주도권 싸움

이종호(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반도체 주도권 회복 전략을 추진해 왔다”며 “중국 견제뿐 아니라 한국에 빼앗긴 메모리 반도체의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 반도체 충돌은 미래 패권 확보를 위한 기술 전쟁이다. 미국의 속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일 공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는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며 “중국 정부가 혜택을 부여한 기업(화웨이)을 앞세워 세계 정보통신 업계를 장악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확보에 나서자 미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책을 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집중 공세 배경으로는 중국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화웨이의 상징성이 꼽힌다. 또 화웨이가 전통적으로 미국이 강세였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이나 반도체 설계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당국을 등에 업는 ‘반칙’을 통해 세계 최고 5G 기술 업체로 성장했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5G는 4차 산업혁명은 물론 군사·안보와도 직결된 기술이다. 화웨이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비슷한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비메모리이자 스마트폰의 핵심인 AP 칩 시장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분야에서도 지난해 매출 기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AP 칩과 팹리스는 각각 미국의 퀄컴과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박재근 교수는 “중국이 성능이 우수한 AP와 PC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이대로 가면 인텔과 애플도 화웨이에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에 더 강력히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잇따른 견제와 압력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향한 진군은 거침이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는 ‘반도체 심장론’을 주창하며 투자를 독려 중이다. 미국의 딴지로 칭화유니그룹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되는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틀어지면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럴수록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며 자국 기업 육성책으로 맞서고 있다. 닛케이 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중국과 상하이시 당국은 22억5000만 달러(약 2조7700억원)를 파운드리 업체 SMIC에 수혈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규제 환경을 찾아 개선하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들과 기술 격차를 벌려가면서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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