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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ㆍ아베가 내세운 코로나 치료제들, 효능 입증 못해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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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복용 중이라고 밝힌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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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공들여온 약품들에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치료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부작용도 적지 않아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망신살이 뻗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의 연대 실험 중 하나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연구를 자료안전감시위원회가 안전성을 심의하는 동안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9만6,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자의 사망 위험도가 34% 가량 증가했다. 심장 부정맥 위험도 137%나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 등으로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복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보건 전문가들이 오히려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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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필름이 2014년 10월 22일 도쿄 본사에서 공개한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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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의욕을 보였던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의 코로나19 환자 투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아베 총리가 ‘이달 중 승인’ 목표를 밝힌 뒤 임상시험 결과를 사후에 제출하도록 특례까지 적용했지만 신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긴 했지만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치료제 조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임으로써 방역 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다 되레 부메랑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비간 개발사 측이 미국 연구기관에 재정 지원을 추진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하라고 규제당국을 압박했다는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도 허투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공호흡기 1,000개 구매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인공호흡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 처치 곤란하다”며 구매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급 초과 상태인 일본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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