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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규제 조여오자…뉴욕상장 中기업들 유턴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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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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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중국 기업 상장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유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26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복귀할 준비에 들어갔다"며 "바이두는 홍콩 2차 상장을 공식화했고, 넷이즈와 징둥닷컴도 6월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외국회사책임법안'이 미국 증시 상장기업인 넷이즈나 바이두 같은 거대한 첨단 기술 기업을 자극했다"면서 "미국 법안은 악의적이며 양국 간 무역전쟁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둥덩신 우한과기대 금융증권학원 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5일 "중국 기업들이 뉴욕에서 빠져나와 중국 본토로 도망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증시를 떠나려는 기업들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 통했던 홍콩 증시보다는 중국 지도부가 적극 지원하는 본토 선전이나 상하이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려는 중국 움직임에 미국이 반발하면서 홍콩 증시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지난 24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을 장악하면,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혜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두고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 투자 자제령'과 '중국 기업 상장 규제 강화·상장폐지 유도' 카드로 자본시장 걸어 잠그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이 중국 기업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외국회사책임법안을 지난 20일 만장일치로 가결했으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도 유사한 내용으로 된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법안은 '자국 정부 통제' 의혹이 있고 3년 이상 미국 회계감독위원회 회계감사를 회피한 뉴욕 증시 상장기업을 제재한다는 내용인데, 현재 해당 기업 224곳 중 95%인 213곳이 중국·홍콩 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스닥은 기업공개(IPO) 규제를 강화해 중국 기업을 정조준했다. 나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IPO를 위한 최소한 자금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어 중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해 IPO 과정에서 최소 2500만달러를 조달하거나 상장 후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 자금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중국 기업의 IPO를 위해 회계감사 업무를 맡은 업체에 대해서도 국제표준 준수 여부를 확인·조사해 위반 시 IPO 취소 등 벌칙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10년간 적극적으로 미국 증시에 진출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최근 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 시총은 1조달러(약 1241조원)로 비중이 3.3%다. 절대적 비중은 높지 않지만 2010년(0.8%)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중국 기업의 뉴욕 증시 상장이 늘어난 이유는 '1석3조 효과'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해도 중국 회계사의 외부감사를 받아왔기 때문에 미국 감독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고, 중국 당국의 자본 통제를 피해 쉽게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나스닥 상장기업이라는 점을 활용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자금 대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두나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올해 초부터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해왔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국영기업인 SMIC는 나스닥 상장 15년 만에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후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SMIC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추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NYSE에 상장된 알리바바도 지난해 11월 홍콩 증시에 추가 상장했다. 뉴욕 증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차원에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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