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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새벽 도로 역주행 마라톤… 사망 사고 운전자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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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마라톤 연습하던 사람을 자동차로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60대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4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일보

A씨는 지난해 9월 5일 오전 5시 20분쯤 제주시 애조로 동샘교차로 인근 도로를 운전해 가던 중 맞은편에서 마라톤 연습하며 달려오던 B(55·여)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서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한 상황의 도로에서 야간에 사람이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역주행으로 달려올 것까지 예상해야 하는 등의 전방주시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안개가 옅게 낀 사고 당일 제한속도가 시속 80㎞인 사고 도로에서 피고인은 50㎞ 이하 속도로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부장판사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형사책임을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보다 더 피하기 어려운 자동차 정면에서 역주행해 오는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 측은 “애조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며, 이에 따라 보행자의 통행이 금지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을 운행하는 운전자는 보행자의 통행을 고려해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애조로를 자동차전용도로에 준하는 도로로 보고 보행자의 통행이 없는 도로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불합리하다”며 무죄 판결에 반발했다.

유족 측은 “도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당국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 고시하지 않은 도로를 사법부가 유사한 환경, 혹은 실질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피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동료인 도내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애조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사고 발생 시 법적인 보호를 받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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