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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재용 소환에 삼성 ‘초긴장’… 재계 “기업 사기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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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삼성그룹은 긴장감 속에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에 전사적인 노력을 집중하는 판국에 다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은 이날 이 부회장의 검찰 출두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별도로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며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일각에서는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 별개인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이미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전자 노조 와해,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이른바 ‘다스 소송비용 대납’ 등 혐의로 4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부분에 대한 의혹까지 검찰이 기소하게 되면, 삼성은 상당한 사법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세계일보

사진=뉴스1


당장 이 부회장이 제시한 ‘뉴삼성’ 비전부터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평택에 약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지고 있어서 투자나 신제품 출시 등의 경영적 판단이 조금만 늦어져도 추격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총수가 수사와 재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신속한 경영 결단을 내리는 데는 방해가 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소환을 계기로 국내 기업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이슈는 삼성을 제외한 다른 총수 일가로도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정부나 검찰을 향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경제 상황과 삼성이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참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재판과 수사는 법에 따라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닥친 국가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인을 배려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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