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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줌인]‘안전과의 전쟁’ 선포한 신학철… “사업철수까지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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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인도·대산 사고에 고강도 안전대책 추진

내달 전 세계 40개 사업장 대상 긴급검검 실행

‘혁신’ 몰두했던 신 부회장, 안전 확보 소홀 지적도

“철저한 반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

이데일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내용의 새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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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입니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신학철 LG화학(051910) 부회장이 ‘안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 세계 40개 사업장 대상으로 설비 긴급진단에 착수하고 개선이 어려운 경우엔 가동을 중단키로 하는 등 고강도 환경안전 강화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인도 가스누출 사고, 충남 대산 폭발사고 등 잇따른 안전사고로 위기에 몰린 만큼 전면적인 체질개선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취임 이후 내부 혁신만을 줄곧 강조해왔던 신 부회장이 뒤늦게나마 석유화학산업의 기본인 ‘안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26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로 새로운 환경안전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지난 20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충남 대산 사고 현장을 방문해 “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환경안전과 품질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라며 LG화학에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한 지 약 1주일 만이다. 구 회장의 질타에 신 부회장은 ‘사업 철수’까지도 고려한 고강도 안전대책을 발표,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LG화학은 전 세계 4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음달 말까지 한 달간 고위험 공정·설비에 대해 긴급점검에 나선다. 여기에서 발견된 개선사항에 대해선 즉각 조치하고, 만약 단기간 개선이 어려울 경우엔 해결될 때까지 가동까지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내 환경안전·공정기술 전문가, 외부 환경안전 전문기관 등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밀진단도 실시한다. 신 부회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번 긴급·정밀진단은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 리스트를 도출,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 주관으로 매월 2회씩 특별경영회의도 열기로 했다. 이 회의엔 신 부회장은 물론 각 사업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환경안전담당 등이 참석한다. 신 부회장은 이 회의를 통해 긴급·정밀진단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투자검토부터 설치·운전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혁신, 환경안전 예산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설계단계부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투자는 규모와 상관없이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연내 구축키로 했다.

신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고,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라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사업과 환경안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이 이처럼 급작스런 안전대책을 발표한 것은 최근 인도, 충남 대산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들 때문이다. 지난 7일과 19일 잇따라 국내외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LG화학의 기업이미지는 추락할대로 추락했다. 인도 사고의 경우 사망자 2명, 부상자 1000여명을 낼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여파가 컸다. 부사장급을 단장으로 한 현장 지원단을 급파했지만 현지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태다. 국내에서도 각종 안전사고에 곤욕을 치른 대산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불과 13일만에 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만큼 LG화학이 화학업체의 기본인 안전 확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LG화학의 수장인 신 부회장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됐다. 글로벌 화학기업 3M 출신이자, LG화학 역사상 첫 외부출신 CEO인 신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줄곧 내부 혁신에 몰두해왔다. 인도 사고 당일인 지난 7일에도 ‘화학’을 뛰어넘는 ‘과학’ 회사로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는 등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지만 결국 가장 기본인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취임 후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신성장동력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런 안전사고로 기업이미지가 손상되면 LG화학 입장에선 유리할 게 없다.

평소 “안전환경은 지속가능성장 개념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안전환경이 보장된 사업장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사업장” 등의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파해왔던 신 부회장이지만 이번 사고들로 그간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신 부회장의 이번 안전대책 추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늦었지만 원점에서 모든 안전 대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신 부회장의 조치가 LG화학에 어떤 변화를 줄 지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또한 신 부회장의 이번 조치가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기업이 선도적인 안전대책을 추진하면 타 업체들에게도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뿐만 아니라 최근 타 석유화학업체들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만큼 LG화학의 이번 조치가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에서의 노하우를 LG화학에 어떻게 전파할 수 있을지 향후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지난 7일 인도 비사카파트남에 있는 LG 폴리머스 공장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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