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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강정호 솜방망이 처벌'…팬들 눈높이 올라가는데, KBO는 제자리 걸음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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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강정호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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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회관=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KBO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키우고 있다.

KBO는 2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2층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에 대해 심의했다.

KBO는 강정호에게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리그 품위를 손상시킨 점을 들어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임의탈퇴 복귀 후 KBO 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KBO는 "과거 미신고 했던 음주운전 사실과 음주로 인한 사고의 경중 등을 살펴보고, 강정호가 프로야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같이 제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호는 원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복귀 절차를 마치면 빠르면 내년 6월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5월 항소심이 기각돼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정호는 징역형으로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2017년에 피츠버그로 복귀하지 못하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긴 공백기를 마치고 복귀한 2018년에도 3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피츠버그와 재계약을 맺었지만,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같은 해 8월 방출됐다. 그는 그해 65경기 출전해 홈런 10개 타율 0.169로 부진했다.

이후 강정호는 미국 텍사스주 넬슨 월프 시립 스타디움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트리플A 샌안토니오 미션스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만 해도 강정호의 거취는 미국 잔류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런 제의를 받지 못하며 강정호의 시선이 KBO 리그로 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KBO에 임의탈퇴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강정호는 2016년 세 번째 음주운전을 했다. KBO 리그는 현행 규약을 2018년 만들었고, 당시 그는 KBO 리그 소속이 아닌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였다.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을 경우, 가벼운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KBO는 1년 유기실격 제재를 부과했다. 최대 3년의 중징계가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처벌 수위가 상당히 낮다.

만일 3년 중징계가 내려졌다면 현재 한국 나이 34살의 강정호는 37살이 돼서야 KBO 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복귀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았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상벌위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마쳤다. 2시간께 지난 시점에 심의를 끝냈고, 검토하는 데에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결국 1년 유기실격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야구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O는 심판 판정들의 연이은 오심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팬들의 눈높이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여기에 올해부터 KBO 리그가 미국 매체 ESPN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국제적인 관심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강력한 징계와 비판은 정답이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문책이 필요했다. KBO가 내린 징계 수위가 아쉬운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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