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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편함에 꽂힌 美재난지원금 너도나도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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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미국 전역에서 때 아닌 '우편물·택배 좀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두 달 넘게 지속된 자택 격리 명령으로 사람이 대부분 집에 머물고 있어 도둑이 주춤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왜 위험을 무릅쓰고 좀도둑질에 나섰을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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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4월 말부터 연방 정부가 배송하고 있는 재난 지원금 수표(stimulus check)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2일(현지 시각)까지 1억5200만명에게 보조금 지급을 마쳤다. 대부분 은행 계좌로 입금받았지만 2000만명 이상은 '종이 수표' 배송을 택했다. 미국에는 계좌 정보가 없는 저소득층이 많다. 이들이 범죄 목표물이 된 것이다. 금액도 적지 않다. 성인 1인당 1200달러, 미성년 자녀는 500달러씩 준다. 웬만한 4인 가족은 3400달러(약 420만원)짜리 고액 수표가 우편함에 꽂힌다. 게다가 미국 단독주택은 우편함이 마당 바깥쪽에 나와 있어 털기도 쉽다.

이런 허점을 노려 좀도둑들이 과감하게 수표 털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7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주택 CCTV(감시 카메라)에 집배원이 수표를 배달한 지 수 분 만에 한 중년 여성이 기다렸다는 듯 유유히 우편함을 열고 수표를 꺼내가는 장면이 잡혔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20초. 지난달 뉴욕 브루클린에서 덜미가 잡힌 31세 좀도둑의 주머니에는 총 1만2000달러(약 1480만원) 상당의 수표 9장이 들어 있었다고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15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는 38세 여성이 수표를 노리고 아예 우체국 배송 차량을 털다가 검거됐다.

'택배 좀도둑'도 기승을 부린다. 최근 택배 배달원들은 감염을 우려해 집에 사람이 있어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물건만 집 앞에 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좀도둑이 멀리서 이를 지켜보다 택배 상자를 훔쳐 달아나는 것이다. LA 경찰 당국은 최근 '현관 해적(porch pirate)' 주의보까지 내렸다.

대책은 마땅치 않다. 각 지역 경찰 당국은 "우체국이나 배송업체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해 배달 일정을 잘 지켜보다가 도착 알림이 뜨는 순간 최대한 빨리 수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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