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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겨울 가는 길목… 남미 덮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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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륙 중 가장 늦게 퍼졌지만, 기온 떨어지며 하루 2만명씩 확진]

브라질 감염자 36만명 '세계 2위'

美, 브라질발 여행객 입국 막아

페루·에콰도르도 환자 폭증

전문가들 "코로나, 만성화 우려… 북반구 추워지면 또 올라올 것"

아시아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이번엔 남미에서 창궐하고 있다. 전 세계 6대륙 중 가장 늦게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남미의 24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6874명이었다. 같은 날 북미(2만5508명)와 유럽(1만5849명)의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남미의 신규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아시아·유럽·북미 등 북반구에서는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는데, 추운 겨울로 향해 가는 남미 등 남반구에서는 확산세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절에 따라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며 만성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4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 확진자는 36만명으로, 이 중 2만명 넘게 사망했다. 미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세계 2위다. 미 백악관은 이날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의 입국 제한을 발표했다.

남미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곳은 브라질뿐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 페루·칠레·에콰도르도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브라질과 페루의 경우 코로나 사망자 수는 2주마다 약 2배로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영국이 2개월 만에 사망자가 2배로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많은 것이다. 페루와 칠레는 현재 인구 270명당 1명꼴로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코로나가 퍼졌음에도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이탈리아나 영국에 맞먹는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남미의 코로나 피해자 수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실제 코로나 감염 수치가 브라질 정부가 발표한 공식 수치보다 15배 정도 높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앞서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에서는 수천 구의 시신을 묻을 수 있는 공동묘지를 만드는 공사 사진이 보도돼 충격을 안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미가 코로나 감염증의 새 진앙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확산세의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계절적으로 날씨가 서늘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가 쉽게 이뤄진다는 점도 있지만, 일부 국가가 별다른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아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고, 공식 석상에서 "코로나는 가벼운 감기"라고 말하며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스킨십을 하는 등 코로나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남미 대부분 국가가 경제 여건이 열악한 점, 대부분 대도시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점을 비롯해 의료진과 의료장비의 부족 등도 코로나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프리카도 코로나의 새 진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WHO는 아프리카 9국에서 5월 셋째 주 코로나 확진 사례가 전주보다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15일까지만 해도 1000명을 넘지 않았는데, 이달 들어 급증하더니 지난 22일 4000명을 넘어섰다. WHO는 "아프리카의 취약한 보건체계를 봤을 때 상황을 경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증이 만성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독감처럼 남반구로 남하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남반구에서 상황이 끝나면 또 북반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추운 계절에 접어들기 시작한 남반구에서 코로나가 번지고 있다"며 "미국도 가을과 겨울에 나쁜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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