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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日, 천년만년 가도 반드시 사죄해야… 한일 청소년 교류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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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논란]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조속 해결 촉구

동아일보

문 닫힌 정의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실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본은 천년만년이 가도 반드시 (위안부 문제를) 사죄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관련 의혹과 별도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할머니는 근로정신대와 위안부 문제를 결합시켜 일본이 빠져 나갈 빌미를 제공했다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의 활동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정의연이 투쟁해 온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실적인 위안부 해법 조속히 찾아 달라”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과 별도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위안부 해법을 조속히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양국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가 이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제시한 정책적 해법은 크게 4가지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 △한일 양국 간 교류 △청소년들의 역사교육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적인 기구 마련 등이다.

특히 이 할머니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들 간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들이 전쟁으로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도 했다. 한일 간 끝이 보이지 않는 무조건적 대립보다는 양국의 미래 세대가 현실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역사인식의 필요성과 함께 회견 내내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은 정대협의 활동 행태였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이 (정신대와 달리) 생명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를 정신대 할머니와 합쳐가지고 쭉 이용해 왔다”며 “정대협이 위안부 문제는 해당하지도 않는데 뭐 하러 일본 사람들이 사죄하고 배상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신대와 위안부 개념을 혼용한 정대협의 활동 방식이 일본 정부 대응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일본 사람이 뭔 줄 알아야 사죄하고 배상하지. (정신대와 위안부를) 섞어가지고 사죄 안 하고 배상 안 해도 된다는 거 아닌가”라고도 했다.

○ 한일 위안부 대화 재개 여부는 불투명

이 할머니의 제안으로 ‘화해·치유재단’ 해산 이후 장기 교착된 한일 간 위안부 문제 논의가 재개될지도 관심이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한 데 대해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본이 지급한 10억 엔을 반환하는 문제도 제자리걸음이고, 지난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위안부 피해자 기금 조성안 역시 좌초된 가운데 현실적인 해법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외교가에선 한일 청소년 교류 등 이 할머니의 제안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이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30% 미만으로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두고 정치적 도박을 감행할 거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이 공유하는 역사관이라고 하는 부분을 도출해 내려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상당한 외교적 조율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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