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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80대 익명기부자, 미국인 이름으로 1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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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전 도움 준 은혜 못 잊어 / ‘아너소사이어티’ 특별회원 등재

“65년 전 도움을 받은 소년이 이제야 고인이 된 분께 은혜를 갚습니다.”

80대 퇴직 교사가 60여년 전 자신을 도왔던 미국인의 이름으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세계일보

25일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교사 A씨는 지난 22일 고(故) 프랭크 페이건 3세(The Rev. Frank F. Fagan Ⅲ·사진)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외국인이면서 고인의 이름으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익명의 기부자와 페이건 3세의 인연은 65년 전 시작됐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A씨는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중 주한미군 대구 방송국 킬로이(kilroy·현 AFN KOREA)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페이건씨를 만났다. 페이건씨는 A씨가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도움으로 A씨는 학교 교사가 되어 평생을 교직 생활에 몸담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페이건씨는 1990년까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에서 성공회교회 목회자로 활동하다가 은퇴했고 2003년 세상을 떠났다. 페이건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A씨와 연락을 이어왔다고 한다.

A씨는 사랑의열매에 “고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며 “몇 해 전부터 기부를 준비하던 중 페이건 3세에게 보답할 길은 기부를 통해 고인의 이름을 높이는 일이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덕분에 내가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교사까지 할 수 있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인의 뜻이 잘 전달되어 나와 같은 나눔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연순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이번 기부자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고인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이 기부자에게 이어져 소중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었다”며 “국경과 세대를 넘은 나눔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많은 분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사랑의열매는 페이건씨를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특별회원 2335호로 등재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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