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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또 트럼프 리스크…삼성 반도체 1위 전략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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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이 '트럼프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가 25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화 도중 꺼낸 말이다.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화웨이 등 중국업체에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한 반도체 칩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자체 기술과 함께 미국·네덜란드 등의 장비와 기술을 활용한다. 미국의 규제안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중국 고객사를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

이 인사는 "중국 물량을 수주하지 않고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에 올라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의 시작부터 미국발 제동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의 키를 쥔 핵심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에 비해 업력이 뒤처지는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중국업체들의 신규 물량을 잡는 것만큼 확실한 지름길이 없다.

매년 평균 15~19%를 오가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가운데 삼성전자 내부 물량을 제외한 외부 시장점유율은 5% 수준에 그친다. TSMC의 점유율(50% 안팎)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 퀄컴,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대부분 TSMC에 생산을 맡긴다.

상대적으로 범용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남보다 싸게 만들어 대량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 부문과 달리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고객사와의 관계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다. 고객사마다 원하는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칩 하나를 공급하기까지 짧아도 수개월이 걸린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객사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숱하다. 올 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도 개발 단계에서부터 중국 샤오미와 공동 작업했다. 삼성전자가 2018년 비전 2030을 발표했을 때도 이미 TSMC와의 관계가 탄탄한 애플 등 서구권 업체들보다 중국 고객사 물량을 염두에 뒀다는 게 정설이다. 업계에서는 샤오미와 손을 맞춘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이런 전략의 첫 작품으로 본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탈(脫)중국 공급망 네트워크인 EPN(경제번영공동체)에 참여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반중국 정책이 기업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확대되는 데 주목한다.

정·관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중국 때리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용 행보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반도체 공급 차단이 엄포성 발언이 아니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곤욕을 치렀다. 2017년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못이겨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을 신설했다.

재계 한 인사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범위와 대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기업들도 행정명령의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며 "일단 제재대상으로 거론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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