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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주주 의중 반영된 홈앤쇼핑 CEO 인사…‘잔혹사’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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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표이사 3명 모두 중도하차 전력 ‘CEO의 무덤’

쇄신요구 와중에 비공개 선출…위기관리형 리더십 절실

헤럴드경제

홈앤쇼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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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이래로 임기를 완주한 이가 없는 ‘CEO잔혹사’로 유명한 홈앤쇼핑. 동종업계 경력이 없는 금융맨을 새 CEO로 낙점하며 상황 반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위기관리형 리더’라는 평과 ‘대주주(중소기업중앙회) 의중 하나로 밀어붙인 인사’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언택트소비 열풍에 힘입어 홈앤쇼핑이 다시 활로를 찾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TV홈쇼핑 업계에서 유통이나 소비산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경영인은 이례적이다. GS샵은 오너인 허태수 부회장이 경영을 맡다 GS그룹 회장이 되면서, 지난해 김호성 GS샵 영업총괄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CJ오쇼핑이나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은 대표 인사가 다른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난다. 때문에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경영진이 포진해 왔다.

김옥찬 홈앤쇼핑 신임 대표는 줄곧 KB금융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금융인이다. KB가 지난 2014년 금융지주와 은행간 갈등으로 리더십 부재를 겪을 때 은행장 대행부터 KB금융지주 사장까지 맡아 은행과 비은행 부문 경영을 이끌었다.

홈앤쇼핑은 경영진 비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이후 비상경영위원회가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 비리 의혹을 털어내고 경영 정상화로 가기에 안팎의 진통이 심한 상황. 김 신임 대표가 위기관리에 능한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적합한 인사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주주의 의중대로 짜여진 인사라는 평이 강하다. 이번 대표 선임은 지난 2018년과 달리 공모없이 대주주들이 비공개로 후보를 추렸다. 소액주주와 협력사의 후보 추천과정도 없애 ‘사실상 내정’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홈앤쇼핑이 CEO 잔혹사를 이어가게 된 배경으로 대주주의 입김을 꼽는다. 홈앤쇼핑은 2011년 출범할 때에 이효림 전 NS홈쇼핑 대표가 CEO를 맡아 단기간 급성장을 이끌었으나 이듬해 물러났다. 당시 갑작스런 사의를 두고 대주주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이어 중기중앙회 출신 강남훈 대표가 나섰으나 임기(2020년)를 못 채우고 2018년 중도 하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이었지만, 정권과 노선이 맞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다. 2018년 부임한 GS샵 출신의 최종삼 전 대표 역시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지난해 물러났다. 기부금 유용 혐의 등으로 물러났던 최 대표도 대주주 일부와 결이 달라 견디지 못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홈앤쇼핑은 중기중앙회가 32.93%, 농협경제지주가 20%, 중소기업유통센터가 15%, IBK기업은행이 10% 등 4대 주주가 77.93%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대주주 의중과 어긋나면 CEO가 버티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최대주주인 중기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이라는 특수성도 있다. 정권 교체나 대주주의 노선 등에 따라 사내 파벌의 힘겨루기 양상이 달라지고, 투서 등 사내정치로 파열음을 내기도 한다.

홈앤쇼핑은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실적도 들쭉날쭉하는 부침을 겪어 왔다. 2012년 매출 2076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으로 시작한 홈앤쇼핑은 2013년 매출 3382억원, 영업이익 784억원으로 부쩍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919억원에서 428억원, 423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매출은 4074억원을 회복했지만(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10억원에 그쳤다.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도 2011년 0.12%에서 출범 1년만인 2012년 5.13%, 2013년 7.42%까지 수직 상승했으나 이후 답보 상태를 이어가다 2018년 7.79%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언택트소비가 주를 이루면서 홈쇼핑사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해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본래 설이 지난 이후 2~3월은 매출 소강상태를 겪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콕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홈앤쇼핑이 이같은 호재를 업고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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