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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9988 中企피셜]②국내 악기 시장 '꿈틀'…'어게인' 1990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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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악기·콜텍·HDC영창·야마하 등 '빅4' 매출·영업이익 상승

국내 악기 업계 "기술력 넘어야 진정한 극일(克日)"

[편집자주]'9988' 중소기업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숫자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깜깜이'인 경우가 많다. 비상장사들이 많은 탓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업계 1위'라는 주장이 난무한다. 투자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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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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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서영빈 기자 = 국내 악기업체들이 90년대 영광 재현을 위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주인이 바뀌는 아픔을 겪은 회사도 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는 지난해 90년대 매출 수준인 2000억원대를 회복했고, 다른 국내 상위 악기 업체들 역시 지난해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악기 업체들은 힘든 시기의 연속이었다. 국내 대표 악기 브랜드인 영창악기는 법정관리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로 주인이 바뀌었다. 또 중국산 저가 제품 확산, 악기 수요층 감소,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악기 사용 증가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악기 업체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앞세워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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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hanghai Music' 삼익악기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2019.10.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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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1위 삼익악기 "세계에 K악기 알린다"

삼익악기는 지난해 매출이 1976억원을 기록하며 200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18년 147억원에서 지난해 169억원으로 15% 상승했다.

이처럼 삼익악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외시장' 개척에 있다. 특히 삼익악기는 급성장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삼익악기는 레드오션인 저가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다. 자일러를 앞세운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중국 진출 10년만에 판매량이 16배 가량 증가(2009년 1100여대→2018년 1만7000여대)했다.

이형국 삼익악기 부회장은 지난해 상하이 악기쇼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태어나는 1800만명의 아이들 중에 5%가 피아노를 사면 90만대"라며 "지금 클래식피아노와 디지털피아노 비중이 엇비슷한데, 30만대 규모면 아직 보급률이 5%가 안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또 "삼익악기가 중국 시장에서 10~15년 가량은 탄탄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애프터 차이나(After China)로 인도·베트남·러시아 등 3곳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K악기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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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매출·영업이익 모두 증가…영창, 1000억원대 회복

콜텍과 영창 모두 지난해 매출액이 상승했다.

기타로 유명한 콜텍은 지난해 매출 1564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111.5% 성장했다.

콜텍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의 해외 오더가 많이 늘어났다"며 "구체적으론 OEM 주문과 수출에 긍정적인 환율 영향을 받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영창은 매출이 1000억원대로 올랐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14억원이다. 영창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상품군 개발과 R&D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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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삼익악기 대표, 김홍진 HDC영창 대표, 박영호 콜텍 대표,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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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불매에도 야마하 매출·영업益 증가…"결국은 기술력"

국내 악기 업체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일본·미국 악기 제조업체들과 경쟁을 극복해야 한다.

야마하는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확산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다. 야마하는 지난해 매출 937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3%, 23.6%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기술력으로 반일감정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국내악기 업체들 역시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악기 시장 상황을 밝히고 있다. 영창악기는 사업보고서에서 "악기 시장의 구조는 미국, 유럽이 최고급 피아노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고급시장에서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어 HDC영창㈜이 경쟁우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산 피아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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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재팬 갈무리 © 뉴스1


국내 악기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국내 악기 업체들이 '기술력'으로 야마하를 압도하기 전까진 현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판매하는 도매상 A씨는 "솔직히 야마하는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악기와 고품질을 자랑한다"며 "이에 비해 국산악기는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면 그만큼 퀄리티가 안 나오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악기판매상 B씨 역시 "지난해 하반기 노노재팬이 한창이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야마하는 영향 거의 없었다"며 "건반은 자동차처럼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집에 놓기 때문에 정말로 소비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니즈를 만족하는 상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야마하를 '대체' 할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다"며 "국내 악기 업체들이 힘들겠지만 결국 기술력으로 일본을 압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션들 역시 마찬가지다. 인디밴드에서 키보드를 다루는 C씨는 "지난주 낙원상가를 다녀왔는데 야마하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애국심 하나로 음색이나 음악적인 부분까지 포기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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