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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대업 약사회장 "약국은 전염병 차단 최일선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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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온 '약국의 재발견'①

"마스크 부족 공포 느낀 국민 안심시키는 게 힘들어"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하면 줄서는 일 없었을 것”

코로나19로 이비인후과, 소아과 매출 70%까지 줄어

[이데일리 류성 기자] “‘약국의 재발견.’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이 새삼 존재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대표적인 곳이 약국이다. 약국들은 지난 2월부터 넉 달째 정부를 대신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 업무를 맡아 묵묵히 수행하면서 공적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국 약국 네트워킹은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있어 최일선 보루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 약국 2만3000여곳 가운데 95% 이상인 2만2100여곳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자임하고 있다.

3만2000여명에 달하는 약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약사회의 김대업 회장을 22일 이데일리가 만났다. 김 회장은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 업무를 맡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서 날마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약사들을 생각하면 언론에 회장이 오르내리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회장은 그간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코로나19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마스크 판매 초기 코로나19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은 가히 공포 수준이었다”면서 “이런 공포심을 잠재우고 질서 있게 공적 마스크를 분배하는 과정에서의 대응이 가장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김 회장은 현재 종이로 돼 있는 건강보험증을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에 대해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도입됐더라면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 긴 줄이 생겨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약국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일선 보루라는 이미지가 더욱 확고하게 자리했는데

-약국의 공적마스크 판매대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큰 결단이 필요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서 힘들어하는 약사들로부터 원망도 많이 들었다. 심지어 어느 한 약사로부터는 ‘마스크가 부족해서 하루하루 약국문을 열기가 겁이 난다. 더이상 견뎌내기 힘들다. 죽고 싶다’는 문자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국가 재난사태에 방역물자 공급이라는 가장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보건의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확신했기에 한치의 흔들림없이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다른 어느 기관이 아닌 약국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는 측면에서 큰 보람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약국이 공적 마스크를 판매 대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금이야 마스크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됐지만 2월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을 시작한 이후 한동안 마스크가 크게 부족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없으니 국민들은 그야말로 공포 수준의 불안감을 느꼈다. 약국마다 이런 고객들을 다독이며 안심시키고 큰 소동없이 공적 마스크를 분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여기에 초기 마스크 공급 불안정에 따른 예측 곤란, 5부제 운영 및 2매 포장 관련 어려움, 대리구매 확대 등 판매 지침 변화와 마스크 앱 정보공개, 공휴일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문제 등도 약사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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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그간 공적마스크를 판매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코로나19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을 꼽았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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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공적 마스크 판매대행에 있어 정부 정책에 아쉬운 게 있다면.

-아직은 정부정책에 아쉬운 점을 표명하기보다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약국에서 입력해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마다 초창기에 긴줄이 생겨나곤했다.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으로 개인 스마트폰에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도입하는 게 절실하다. 현재의 종이 건강보험증은 이미 그 실효성이 상실되었고 부정 수급자를 막을 대안으로도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이 필요하다.

△대규모 전염병 발생시 수요가 급증하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은 항상 공급이 부족할텐데, 대안은.

-국가적 차원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감염예방용품의 안정적 비축과 공급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스크를 1억장 비축한다고 해도 국민 1인당 2장에 불과하다. 결국 국가 비축은 한계가 있다. 가정 비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 1인당 한 달에 5장 정도로 한정하여 건강보험에서 50% 가량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휴일지킴이 약국, 공공심야약국 등 약국의 공공적 기능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상시 대응시스템의 조속한 확충 또한 절실하다.

△약국이 전국 네크워킹이라는 측면에서 의약품 판매외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가 많은데.

-약국은 방역물품의 공적 공급망으로서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력 확인 등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약국은 또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아프지 않아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다. 그곳에서 일하는 약사는 정서적으로도 친밀도가 매우 높은 보건의료인으로서 자살예방, 웰다잉, 가정폭력예방, 아동안전지킴이 등 지역사회 안전망으로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자원이다. 약사회 스스로도 이러한 역할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약국,약사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과 지원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약국들도 매출이 크게 줄어 들었는데 현황은 어떤가.

-약국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제 상황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비인후과, 소아과 처방조제를 주로 해오던 약국은 매출이 7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약국 평균적으로는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코로나19 치료전담병원 및 선별 진료소 주변 약국, 확진자 방문·경유 약국과 병의원이나 건물이 폐쇄 조치된 경우 등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약국은 더욱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환자 방문 때문에 정부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은 900여 개 약국은 큰 손실을 입고있다.

△약국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 과제는.

-보건의료서비스는 대면 서비스를 바탕으로 공감과 소통, 신뢰를 핵심 기반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비대면 산업 육성 기조로 감염병 특별재난지역 만성질환자 등에 예외적, 제한적으로 취해졌던 조치가 무분별하게 상시 조치로 왜곡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화처방 등 비대면 처방은 대면 처방보다 근본적으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자칫 대형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아가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정부는 현 보건의료 체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선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대업 회장은…

△1964년 부산 출생 △1994년 성균관대 약대 △2003~2008년 성균관대 사회약학 석·박사 △2007~2010년 의약품정책연구소 상임이사 △2007~2013년 약학정보원 원장 △2010~2013년 대한약사회 부회장 △2019년 3월~ 제39대 대한약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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