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2차 등교… 우려 목소리]
학부모 70% "학교 안보내겠다"
교사들 "어른들도 답답해하는데 초등 저학년이 마스크 견딜까"
일선 교사가 '등교 반대' 청원… 어제까지 10만여명 동의
교육부 "학생 최대한 분산"
◇학부모들 "등교 불안"
학부모들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확산 등으로 지역 사회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교 수업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 기업 '윤선생'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열 명 가운데 일곱 명(71.6%)이 등교 개학 이후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해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가운데 38.3%는 '등교 개학 이후 1주일 지켜본 후 보내겠다'고 응답했고 '가능한 한 늦게 보내겠다'고 답한 이들은 28.9%에 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38)씨는 "학교에서 1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등교하면 된다고 했는데, 한 번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지난 22일 11명, 23일 19명, 24일 17명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교외 체험 학습에 '가정학습'을 인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서울 초등학생은 최장 34일간 등교를 하지 않아도 출석이 인정된다. 유은혜 장관은 이날 "자녀의 등교를 걱정하시며 가정학습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은 교외 체험 학습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걱정스럽다"
일선 교사들도 "솔직히 걱정스럽다"는 말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32)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어른도 답답해하는 마스크를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쉬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까지 제대로 쓰기 힘들다"며 "격일제 수업 등으로 분산한다고 해도 일단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순간 감염 확산 가능성은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주모(29)씨는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어린 학생이 견뎌야 하는 부담감과 주변 친구들의 놀림도 문제"라고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임모(34)씨는 "방역 지침 준수하라는 교사의 지시를 학생들이 무시했을 때 제재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노조 "방역 수칙 학교 현실에 안 맞아"
지난 20일부터 등교를 시작한 고3의 경우도 마스크 쓰기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일선 교사들은 말한다.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국민청원은 24일 10만여 명이 동의해 현재 진행 중인 국민청원 중 상위 다섯 개 안에 들었다. 고등학교 보건 교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고3 등교 개학하자마자 모든 선생님들이 '방역은 물 건너갔다. 전국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하는 것만 막자' 하는 분위기"라며 "학생들 쉬는 시간엔 팔짱 끼고 마스크 벗고 껴안고 난리"라고 썼다. 글쓴이는 등교 상황에 대해 "딱 한 학년(고3) 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 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라고 했다.
보건교사노조는 이날 "지난 며칠간 운영한 방역 시스템 중 일부는 학교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지역 방역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는 지침에 의해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은 지침보다 더 역동적이며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배움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거리 두기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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