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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상파 공개 코미디의 종언…이젠, 개그맨 ‘설 자리’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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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잠정 중단’ 계기로 살펴본 한국 TV 코미디 흥망사

경향신문

1969년부터 51년간 흥망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웃겨온 TV코미디 프로그램들. (위 사진) MBC <웃으면 복이 와요>, KBS <유머 일번지>, MBC <청춘만만세>, (아래)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하땅사>, 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MBC·KBS·SBS·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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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막을 내린다. ‘잠정 중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에둘렀으나, ‘사실상 종영’ 선언이다. 수년째 솔솔 냄새만 풍기던 폐지가 기정사실화되자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올 게 왔다”는 반응이 더 크다. 공개코미디 전성기를 견인했다는 평이 나오는 <개그콘서트>를 중심으로 한국 TV코미디의 흥망사를 짚어봤다.

‘웃으면 복이 와요’ 효시…개그맨 시대 거쳐 소극장 공연이 TV로
2013년 기점 시청률 급감…다양한 플랫폼 고려한 프로 만들어야

첫 TV코미디 프로그램은 MBC가 1969년 개국과 동시에 방송하기 시작한 <웃으면 복이 와요>다. 양훈·양석천이 사회를 맡았던 코너 ‘홀쭉이와 뚱뚱이’를 비롯해 구봉서의 ‘위대한 유산’, 배삼룡·서영춘 등이 출연한 ‘고전 유머 극장’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엔 KBS와 MBC가 개그맨 공개채용(공채)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개그맨 시대’가 열렸다. KBS <유머 일번지>, MBC <청춘 만만세> 등을 통해 주병진·김형곤·이주일·최양락·심형래 등 다수의 개그맨들이 스타 반열에 올랐다.

1999년 개그맨들의 성장과 더불어 소극장 공연이 성행하면서 등장한 것이 <개그콘서트>였다. 전유성·김미화 등 중견 개그맨들과 박승대 사단이 주축이 됐다. 관객을 초대한 뒤 짧게 준비한 코너들을 연이어 선보이는 최초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봉숭아학당’ ‘갈갈이 삼형제’ ‘생활사투리’ 등의 코너가 연달아 히트했다. <개그콘서트>의 성공에 SBS도 2003년 4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경쟁 프로그램으로 내놨다. MBC 역시 <웃는 데이>(2005), <개그야>(2006), <하땅사>(2009)를 연이어 선보이며 공개코미디 열풍에 합류했다.

약 4년을 이어오던 지상파 3사 공개코미디 체제는 시청률로 고전하던 MBC가 2010년 <하땅사>를 폐지하며 끝났다. 이후 MBC는 비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다 <무한도전> 등 버라이어티 예능 중심 체제로 눈을 돌렸다.

‘그때그때 달라요’ ‘나몰라 패밀리’ ‘웅이 아버지’ 등을 히트시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2010년 10월 시즌1이 끝나게 되며, 2013년 4월 시즌2로 돌아왔으나 2017년 5월 완전히 막을 내렸다. tvN에서 2011년부터 방송하고 있는 <코미디빅리그>가 공개코미디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상파 3사 공개코미디 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청률 20~30%대에 육박하던 <개그콘서트>는 2013년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15% 안팎으로 떨어졌다. 2015년에 이르러선 9%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가 붕괴됐다. 지난해 1000회를 맞이해 2주 동안 결방까지 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지만, 일요일에서 금요일로 편성을 옮기면서 시청률은 최근 2%대(닐슨코리아)까지 떨어졌다. 계속해서 ‘폐지론’을 부인해오던 KBS는 결국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작 중단을 알렸다.

<개그콘서트>의 종영으로 ‘전멸’이라 표현되는, 지상파 공개코미디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개그콘서트> 시청률 하락은 관찰 예능의 성장과 맞물리는데, ‘리얼함’을 요하는 예능 트렌드와 ‘콩트’ 기반의 공개코미디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었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보수적인 제작환경의 지상파 공개코미디를 더욱 ‘낡은 콘텐츠화’시켰다.

지난해 1000회를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공개코미디의 위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출을 맡았던 원종재 PD는 지난해 5월 열린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콘서트> 태동기는 신선하고 보지 못한 형식의 코미디였다. 그런데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문제를 짚으며, “‘대한민국을 웃긴다’는 모토로 20년을 끌어왔는데, 힘들다. ‘최선이 이거냐’ 하면 당장은 그렇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KBS는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은 휴식기 동안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의 존폐보단 개그맨들의 ‘설 자리’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는 개그맨들이 방송사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공개코미디 형태를 떠나 개그맨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대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상파 방송은 개그맨들의 발목을 잡는, 오히려 제약만 많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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