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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키보다 큰 지휘봉 들고 ‘군 장악력’ 과시… 또 ‘핵 억제력’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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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표정… ‘건강이상설’ 완전 불식시켜

22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커다란 지휘봉을 들고 군 고위 인사들 앞 연단에 서며 또 다시 고개를 든 ‘건강이상설’을 불식시켰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간부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의 모습이 여전한 ‘군 장악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또 ‘핵 억제력’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그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일보

조선중앙TV는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손가락을 들어 간부들이 앉아있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4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며 관련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다.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주요 회의 때 썼던 검은 뿔테는 쓰지 않은 채 헤어 무스로 머리를 올린 모습이다. 지난 1일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에 이어 회의 주재를 통해 다시 한 번 잠행을 깨며 추가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킨 것이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자신의 키(약 170㎝) 정도 되는 긴 지휘봉을 들고 연단 한쪽의 대형 TV 스크린을 짚으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담담한 표정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고위 간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도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연단에 서 마치 군사 전략 등을 설명하는 모습으로 군 장악력과 ‘리더십’을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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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긴 막대로 스크린의 한 점을 가리키며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 위원장이 지휘봉으로 짚은 스크린은 흐림 처리돼 있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형상을 보았을 때 어느 지역의 풍경을 찍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최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관련 사진을 일부러 노출시켜 우리 군과 미군을 자극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열심히 받아적는 듯한 간부들의 사진도 보인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군 고위층 인사에서 승진한 인물들이 선 채로 앉아서 서명하는 김 위원장 뒤에 대기하는 모습도 있다. 최부일, 리병철, 김수길, 정경택 등 승진 대상 인사들이 김 위원장 뒤쪽에 곧은 자세로 서 있었고, 군 차수로 승진한 박정천은 몸을 앞으로 굽혀 김 위원장이 서명 중인 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무력기구의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또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인 이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총참모장인 박정천을 군 차수로 승진하는 등 군 장성급 인사도 했다.

세계일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이 각자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매체는 확대회의가 언제, 어디에서 열렸는지, 무력기구의 편제를 어떤 식으로 바꿨는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 같은 발표를 통해 군부 기강 및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압박했다는 해석이다.

‘핵 억제력’ 표현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반도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자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하노이 노딜,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 의지 발표 등 긴장감이 강화될 때마다 다시 언급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핵 억제력’ 발언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를 한번 흔들어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확대회의 결과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회의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말에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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