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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류 버린 트럼프·푸틴·시진핑···핵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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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축 위한 뉴스타트 협정, 내년 2월 만료

미·러 나몰라라…연장 않으면 핵 경쟁 가열

코로나속 트럼프 재선, 푸틴 영구집권 관심

군비통제 참여 절실 중국 외면해 실효 논쟁

러는 신형 핵무기, 중은 핵전력 증강 경쟁

재선 앞둔 트럼프, 인류 아닌 유권자 눈치

국제사회에 미래 보는 지도자 없다는 푸념

핵군비 경쟁시대 회귀 우려…외교도 난제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신이 팔린 사이 인류를 위협하는 핵무기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살펴볼 점이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New START: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종료가 내년 2월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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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전화 통화를 하고 코로나 사태와 핵무기 통제협정인 뉴스타트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간 핵 통제협정에 중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진척이 거의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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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군축보다 유권자 노린 무역전쟁 열중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그 운반체를 감축해 핵 전쟁의 위협을 줄이는 핵군축 협정이다.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명하고 2011년 발효된 조약이다. 이 조약의 종료기간이 내년 2월 5일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를 연장하기 위한 어떠한 협상이나 회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BBC방송이 최근 지적했다. 전화 통화에서나 의례적으로 언급하는 정도다. 어디에서도 시급함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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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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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로 관심을 보낼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유권자과 지지층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이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만 열을 올릴 뿐 인류의 미래 안전을 위한 핵무기 감축협정의 유지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홍콩의 민주화 열기를 누를 방안에만 신경 쓸 뿐 세계평화와 안전, 안정을 위한 핵무기 감축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문제에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공산당의 권위만 강화하는 데 몰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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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미시간 주의 포드 공장을 돌아보면서 백악관 마크가 그려진 개인 보호용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와중에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왔으며 이날 잠시 쓴 뒤 다시 벗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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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란핵협정·기후변화협정 방치



BBC는 미국이 찬성하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30% 병합안은 중동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아랍 온건국도 등을 돌려 미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과 중재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은 끝 모르는 경색으로 국제 석유 수송로를 위협하고 있다. 2015년 7월 14일 이뤄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오는 10월 종결되는데도 후속 협상·대책도 없이 표류 중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이미 2018년 5월 8일 이란핵협상에서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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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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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체결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파리기후협약)도 트럼프의 반대로 미국이 지난해 11월 4일 유엔에 협약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막을 방안 마련과 미래 환경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동력을 잃고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각국의 에너지 정책도 이에 따라 방황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후속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EU도 영국도 코로나19로 그럴 여유가 없다. 국제문제를 제때 풀지 않고 코로나나 국내 문제를 핑계로 어정쩡한 상태로 두면 결국 수많은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 미래를 보는 큰 지도자가 없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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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양자회담을 열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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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러시아’, 핵무기 개발·확대 시도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고 위험한 것이 뉴스타트다. 냉전 붕괴로 핵위협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 핵군축 협정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축적한 군사기술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핵무기를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위대한 러시아’를 외치며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해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핵무기 감축협정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그런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협정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푸틴은 자신의 사실상 영구집권을 위한 개헌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국민투표를 4월에 치르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일단 연기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5월24일 0시 현재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33만558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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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5일 애리조나주의 하니웰 생산 시설을 방문해 보오 안경을 쓰고 마스크 생산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주변의 권유에도 끝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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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 앞둔 트럼프, 강한 지도자상 연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화도 사실상 단절돼 있는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인 뉴스타트를 의도적으로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인류 안전을 지킬 핵무기 군축협정을 재선을 위한 정치적 소재로만 여기는 셈이다. 위험한 불장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오는 11월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와 협상하는 대신 힘으로 누르는 ‘사령관’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5월 24일 0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166만500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 하루에만 1만9914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는 9만8639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한다. 트럼프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연출하는 이미지 전략으로 지지층을 집결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 앞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포드 공장에서 잠시 쓰기는 했다) 유치해 보이지만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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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동펑-21(DF-21) 탄도 미사일. 최고 속도 마하 10으로 적의 방공망을 뚫고 항공모함이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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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축에 중국 참여유도커녕 코로나 갈등만



중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만 핵무기 감축협정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WHO)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핵무기 군축협상에 끌어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신형 핵 발사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냉전 당시 전력이 약해 핵군비통제 협정 당사자가 아니었던 중국은 현재 핵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중국이 모두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핵무기 군축협상에 나설 심리적·정치적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통제하는 국제적 대화와 협상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국제사회에 인류 미래를 위한 진지한 핵무기 감축 협상에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트가 연장이라고 될 수 있을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자칫 코로나19보다 더욱 위험한 핵무기 경쟁이 재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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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은 최대 사거리 1만 4000km로 미국의 주요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경절 행사 때 처음 선을 보였다. 중국은 핵군비 통제에 참여하지 앟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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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운반체와 핵탄두 모두 감축하는 뉴스타트



뉴스타트(New START: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는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명한 핵무기 감축 협정이다. 협정은 지난 2011년 2월 5일 발효됐으며 2021년 같은 날 종료된다. 서명된 지 10개월이 지난 뒤 발효된 것은 의회 비준 등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협정에는 202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뉴스타트는 ‘핵무기 운반체 삼지창’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무기 탑재 폭격기와 여기에 장착하는 핵탄두를 줄이는 전략무기 감축협정이다.

뉴스타트의 목표는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한 핵미사일(ICBM과 SLBM)과 폭격기 등 발사체의 실전배치를 700개로, 여기에 장착한 핵탄두는 1550기로, 전체 발사체(실전 배치+비배치) 보유를 800기로 각각 제한하게 된다. 획기적인 핵무기 제한으로 평가 받는다. 냉전이 사라진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인류를 몇 차례 절멸시키고도 남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협정이다.

뉴스타트 직전인 2009년 미국의 ‘핵무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45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550개의 핵탄두, 288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1152개의 핵탄두, 113기의 핵무기 탑재 폭격기에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미국은 851기의 운반체에 2202개의 핵탄두를 운용했다. 러시아는 383기의 ICBM에 1355기의 핵탄두, 160기의 SLBM에 536기의 핵탄두, 77기의 폭격기에 856기의 핵탄두 등 모두 합쳐 620기의 운반체에 2787개의 핵 탄두를 보유 중이었다. 운반체 전력은 미국이 앞서고, 핵탄두는 러시아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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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체코 프라하에서 이뤄진 뉴스타트 협정 서명식 장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대통령실(크렘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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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 목적 달성…내년 2월 종료 앞둬



핵감축 협정을 담당하는 미국 국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3월 1일 현재 미국은 655기의 전략무기 운반체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는 1372개다. 배치 여부와 상관없이 보유 중인 운반체는 모두 800기다. 러시아는 실전 배치한 485기의 운반체에 1326기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으며, 배치와 상관없이 보유한 운반체는 모두 754기다. 뉴스타트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뉴스타트가 발효 10년째 되는 2021년 2월 5일 종료된다는 것이다. 의회 비준 등 절차를 감안하면 올해 4월까지는 협상을 마치고 이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해야 마땅했다. 그렇지 않으면 핵무기 군비경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보다 인류를 절멸로 몰고 갈 위험이 더욱 큰 것이 핵무기 경쟁일 것이다. 잘 드는 무기를 들면 써보고 싶거나 이를 앞세워 상대방을 위협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권력자가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하지만 현재 미국도, 러시아도 뉴스타트의 연장이나 새로운 핵군비 제한협정을 시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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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비밀 미사일 발사기지에 있는 타이탄 미사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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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 지구상 유일 군축협정 운명은



사실 냉전과 소프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과 소련, 미국과 러시아 간에 시도됐거나 이뤄진 핵군축 조약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뉴스타트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핵무기 관련 군축협정이다.

미국과 소련이 가장 먼저 체결한 핵 군축 관련 조약은 1972년 나온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이다. 요격시시템을 확보해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면 상대의 보복 공격을 겁내지 않고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약이다. 이 협정은 하지만 핵미사일이나 탄두에 대한 직접적인 핵 군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조약은 2002년 미국이 이탈하며 효력을 상실했다. 미국은 탄도탄 요격 미사일 능력에서 소련과 러시아에 앞섰다.

지난해 8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폐기한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은 핵 군축의 사실상 시작으로 간주된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조약으로도 평가받아왔다.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 지상발사용 핵미사일의 개발·생산·배치·보유를 금지하고 기존 보유분도 모두 폐기하는 강력한 내용이다. 중거리 핵미사일은 대륙을 넘어올 정도로 장거리를 날아오는 ICBM과 달리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되므로 불과 수분~수십 분이면 상대를 타격할 수 있다. 협상이나 요격을 시도할 시간도 없어 무서운 전략무기로 통한다. INF는 1988년 발효됐으며 1991년 미국과 소련은 상호 검증 아래 모든 중거리 핵전력을 폐기했다. 이 협정은 소련이 무너진 다음에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2019년 8월 2일까지 31년간 유지됐다. 문제는 정작 핵보유국인 중국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제한 없이 중거리 핵전력을 자체 개발하고 배치할 수 있었다.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타격할 수 있는 미국 영토는 괌뿐이다. 이 가공할 무기의 사정권에는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시아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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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러시아판 사드로 불린다. 중국도 이를 도입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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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핵군축 이끌었지만 지난해 미·러가 폐기



미국과 소련은 INF에 따라 상호 검증 아래 중거리 핵무기를 폐기해본 경험을 축적하게 됐다. 이는 추가 군축협상에서 큰 동력이 됐다. INF 이후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으로 전략핵무기 군축에 들어간 이유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것이 제1차 전략무기 감축 협정(STARTⅠ)이다. 미국과 소련이 보유 전략 핵탄두를 6000발, ICBM과 전략폭격기 등 운반수단을 1600개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991년 미국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서명했지만 1992년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이를 승계하면서 1994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발효됐다. 2009년 기한이 만료되면서 실효됐다.

이어 1993년 조지 HW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 핵탄두를 3000~3500발로 제한하는 제2차 전략무기 감축 협정(STARTⅡ)에 서명했지만 미국 의회와 러시아 두마(하원)의 승인을 받지 못해 발효되지는 못했다. 이어 2003년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략 핵탄두 배치를 1700~2200발로 줄이는 내용의 전략공격무기제한조약(모스크바 조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조약은 상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2011년 실효됐다. INF의 폐기로 현재 지구상에서 뉴스타트만 유일하게 효력을 유지하는 핵 군축 조약으로 남았고 내년 2월 5일이 기한이다. 시계는 가고 미국과 러시아 모두 연장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외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외교도 제대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인류는 다시 핵무기 경쟁시대로 회귀할 것인가. 그 위험했던 시대로 말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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