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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정의선도 삼성 달려가게한 '꿈의 배터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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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내년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용 전기차들이 속속 출시된다.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 안정성을 확보한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되면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은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선보인 프리셉트 콘셉트카. 사진 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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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3일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하면서 ‘전고체(All Soild-State)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에 관심을 보인 건, 지난 3월 삼성그룹의 선행기술연구소인 삼성종합기술원이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논문을 발표해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6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톱3’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고체 배터리 같은 ‘차세대 2차전지’ 기술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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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로 꼽힌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한 삼성종합기술원 이용건 전문연구원(제1저자)과 임동민 마스터(교신저자). 사진 삼성종합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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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논문 제1저자인 삼성종합기술원 이용건 전문연구원과 교신저자 임동민 마스터를 단독 인터뷰했다. 기밀 사항이 많은 선행기술 연구소라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을 이온이 오가며 충전·방전하는데, 이 이온이 오가는 구간(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오래 되면 액체 전해질이 밖으로 새거나, 고열, 충격이 가해질 경우 폭발하거나 불이 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위험이 없고, 에너지 밀도(용량)을 이론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고 같은 용량의 배터리라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작게 만들 수 있어, 웨어러블(신체 착용) 기기나 로봇·드론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Q : 연구 과정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건 언제였나.

A : A : “(임동민) 2018년 삼성전자 일본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게 이번 성과의 터닝 포인트였다. 양국 연구원들이 한 달의 절반 이상을 출장을 통해 오가며 기술 확보에 매진했고 1년여 연구 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많은 실패와 시행 착오를 거쳐 이뤄낸 성과다. 잦은 출장으로 집에서 쫓겨날 뻔 했다는 연구원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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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유이치 이아하라 삼성전자 일본연구소 연구원과 삼성종합기술원 이용건 연구원, 임동민 마스터. 유이치 연구원원은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번 인터뷰에 참여하진 못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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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2차전지’로 불리지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충전 속도가 느려지거나 습기에 약해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

A : A : “(임동민)충전과 방전을 위해 이온이 움직일 때 저항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해질의 구성 성분을 다양하게 바꿔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충전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 중 뜨거워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빠르면 5년 안에 양산 기술 확보할 듯



두 연구원은 상용화 시점에 대해선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답변하기 어렵다”며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양산을 맡은 삼성SDI 관계자로부터 대략적인 전망은 들을 수 있었다.

삼성SDI 관계자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넘었지만 남은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4~5년, 양산까지 다시 1~2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일본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하지만, 양산 시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2017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시험용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선보이고 2022년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LG화학 관계자도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분야 특허의 30% 가량을 보유하는 등 기술적으로 앞서 있긴 하지만 최근 닛케이 신문이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2030년까지 늦춰졌다”고 보도하는 등 과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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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구조(가운데). 음극에 리튬금속을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왼쪽)보다 작게 만들 수 있고 리튬 결정이 생성돼 수명과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은과 탄소 복합층을 음극에 적용(오른쪽)해 가능한 성과다. 사진 삼성종합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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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번 논문이 전고체 전지 양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어떤 기술인지 설명해 달라.

A : A : ”(이용건) 전고체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쪽에 쌓여 나뭇가지 모양 결정체(덴드라이트)가 형성되는데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안정적으로 충전·방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2017년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해 왔고 음극에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은·탄소 복합층을 입히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Q : 덴트라이트 문제 외에도 이번 연구의 성과는 무엇인가.

A : A : “(이용건) 지금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음극은 흑연이나 리튬금속으로 만들었지만, 우리 방식을 이용하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크기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Q :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돼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가격이 싸, 초기엔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많은데.

A : A : “(임동민) 양산 시점을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그 시점에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효율성 역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을 최대화한 것보다 우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용량이 더 크다.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고, 충전 시간은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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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순수전기차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도요타는 올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 기반의 전기차 6종을 출시한다.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도요타가 올해 출시하는 전기차 LQ의 콘셉트카. 사진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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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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