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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무플방지] "정의연 논란 노린 게 일본 우익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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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횡령 등 의혹에 휩싸인 정의연

이때다 싶은 일본 우익언론·극우단체 "소녀상 철거"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앞둬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정의연 논란 노린 게 일본 우익뿐 일까?”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최근 후원금 횡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을 일본 우익이 즐기고 있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 ‘Gun****’을 댓글을 통해 이같이 답했다.

이 교수는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 우익은 종래 ‘일본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이 이 문제를 지속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것을 문재인 정권이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라며 “자기들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한국 내에서 자중지란을 보이는 모습에 책임보다는 관람하는 모습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의 자발성’을 언급해 피해자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정의연 관련) 사태가 커지면 일본이나 우익이 좋아할 거란 발상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할 때 타인의 시선이나 신경 쓰는 이들의 발상”이라며 “그런 이들은 바로 그 때문에 언제까지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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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가 지난 21일 오후 기부금 횡령 의혹 등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수사의 일환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는 모습. 그 뒤로 할머니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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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사이에서도 이번 논란을 두고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이냐”, “일본에 밥상 차려준 꼴이다”, “이때다 싶어 나서는 친일단체들, 일본 우익들 꼴 뵈기 싫다”, “악행을 저지른 일본은 정의연이 일탈했어도 콩고물 떨어질 거 바라지 말고 과거나 반성해라”는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 “나라 망신이나 일본의 반응이 문제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조사해서 처벌해야 하는 문제다. 이대로 덮어버리면 그 시대 일본 사람보다 몇십 배, 몇백 배 더 나쁜 죄를 정부와 국민이 묵인하는 것과 같다”고 한 누리꾼도 있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 우익 주장 따라가는 일부 보수도 똑같다. 이 문제는 위안부 문제와 아무 관계가 없고 이 또한 한국 사회가 자체 검증으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민주 사회라고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 단체 그리고 그 구성원의 개인 비리와 밥벌이용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여기에 부응해서 수요집회 자체를 폄하하는 건 일본 우익과 같다”고 적었다.

◇ ‘소녀상’이 무슨 죄?

일본 극우 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의연 논란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극우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위안부 여성의 비판에 귀 기울여 반일집회를 멈추고 반일 증오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우익 인사들도 정의연 의혹을 부각하면서 이들이 한일 합의를 방해해왔다고 비난했다.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은 트위터에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곤란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스기타 의원이 이러한 글과 함께 인용한 기사는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가 쓴 기고문이다. 무토 전 대사는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이 교체된 뒤 다시 한 번 검증해 한일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역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9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한일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악용해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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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의 소녀상 철거 및 수요집회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맞서 소녀상을 보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 맞은 편에서 소녀상 철거 집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9개 단체가 모여 만든 ‘반일동상진실규명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이들은 정의연 논란이 불거진 이후 더 노골적인 활동을 보였다. 한 집회 참가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 사기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수요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전쟁 성범죄와 강간을 가르쳤다”며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게다가 윤 당선인이 여당을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그가 30년 동안 몸담은 정의연의 논란은 보수 야당을 겨냥한 친일 프레임과 진보의 도덕성 문제라는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 “반성, 우리가 일본에게 평생 한 말”

이럴 때일수록 정의연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가 왜 목소리를 냈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 멤버이자 책 ‘가장 보통의 존재’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석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것은 일개 회계 부정의 문제가 아니다. 활동가의 30년 헌신이 무너지느니 어쩌느니 하는 사람 중에 할머니의 무너지는 인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운동이었나. 이렇게 피해자가 배제되어 온 운동 방식이라면 처절히 반성하고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하지 않나?”라고 썼다.

그는 또 “왜 무엇을 위해 사람들은 수요일마다 모였고 성금을 냈는가.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과연 그간 우리에게 어떠한 편집 없이 전달되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반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반성할 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지. 바로 우리가 일본에게 평생 한 말 아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할머니를 알게 모르게 공격하고 그 인격과 정신을 폄훼하고 의심한 이들이 반성할 여지는 드물어 보인다. 그들이 평생 비난한 대상처럼. 마치 거울처럼”이라며 글을 맺었다.

정의연 측이 이용수 할머니의 서운함과 섭섭함을 이해하고 새겨듣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25일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을 불렀다. 윤 당선인이 실제 참석할지, 만약 참석한다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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