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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트럼프 "필수시설에 종교시설 뺀 것 부당하다"… 주지사에 교회 정상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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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 지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교회 등 종교시설이 필수적인 장소이고 미국에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며 주지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문을 열라”고 촉구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완전히 잡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종교시설을 즉각 재개방하라고 주문하며 주지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 나는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 장소라고 확인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주지사는 주류점과 임신중절 병원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면서 교회와 예배당은 제외했다”며 “이는 옳지 않다, 나는 이 부당함을 바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지사들은 이번 주말에 옳은 일을 하고 이 중요한 신앙 장소들을 당장 열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의 방침)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서 더 적게가 아니라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분여 간의 간단한 입장 발표 후 기자들과 문답 없이 곧바로 퇴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종교시설 재개에 관한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는 시설을 정상화할 경우 비누와 손소독제 제공, 마스크 착용 권장, 일일청소 등과 함께 성경이나 찬송가 공유 제한, 결혼식이나 장례식 인원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사례가 거듭 확인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곧바로 연단에 오른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부터 발병이 많은 곳에서는 지금 당장 종교시설을 개방하는 일이 최선은 아니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위협에도 교회 문을 다시 열라고 요구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견이 기독교 신자, 특히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여기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속이 뻔히 보이는 정치적인 압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복음주의 기독교 공동체에 유화책을 쓰는 데 집중했고 결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책을 채택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CDC가 발표한 종교시설 지침 초안이 지난달 이미 마련됐지만, 백악관이 개입하는 바람에 한 달 이상 발표가 늦어졌다고도 했다. CNN은 “새로운 지침은 초안보다 더 구체적이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종교시설에 재량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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