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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권대희 사건 유족, 법원에 탄원서 제출 [김기자의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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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로 받은 탄원서 1002장
"재판 위한 거면 필요없다" 조언에도
"이거라도 해야죠" 탄원서 제출


[파이낸셜뉴스] ‘병원 측 변호사와 고 권대희님 사건 담당 검사는 의과대학 동기, 사법연수원 동기 등 끈끈한 사이인데, 애초에 사건을 맡을 때부터 재판부에서 연결고리 없는 변호사와 검사를 배정하는 게 투명한 게 아닐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 권대희님과 어머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셔서 제대로 된 처벌과 판결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유OO씨 탄원서 중에서.

동의 없이 자행된 ‘공장식 수술’로 아들을 잃은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2주 간 거리에서 받은 탄원서 1000여장으로, 재정신청 인용과 의료진 엄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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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재정신청을 검토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나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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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유족 탄원서 1002장 재판부에 제출


23일 권씨 유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9일 재정신청을 담당하는 서울고등법원 제30형사부에 탄원서 1002장을 전달했다. 탄원서는 서울고법 외에도 권대희 사건 형사1심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 사건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등에도 함께 전달됐다.

이씨는 지난 12일부터 국회와 법원, 검찰, 대학가 등지를 돌며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숨진 아들의 억울한 죽음 이후 벌어진 일을 공론화해 경각심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시위였다.

경찰조사결과 권씨 집도의인 원장 장모씨는 사전 고지한 바와 달리 권씨 수술을 끝까지 하지 않고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권씨 포함 동시에 3건의 수술이 진행 중이라 다른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서였다. 권씨 수술은 당시 20대 신입의사였던 신모씨가 이어받았고, 이 의사도 수술을 끝까지 마치지 않고 다른 수술실로 자리를 비웠다.

환자 생체징후를 관리해야 할 마취과 의사 역시 수술실을 오가느라 권씨가 수술 중에 흘린 피의 양을 제대로 파악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 수술대 시트를 타고 바닥에 떨어진 피가 고일 때마다 간호조무사 밀대걸레로 이를 닦아낸 탓에 정확한 실혈량을 파악하긴 쉽지 않았다.

권씨 어머니 이씨와 성형외과 전문의, 감정기관 등이 이를 분석해 파악한 실혈량은 대략 3500cc 정도로, 80kg 성인 남성 혈액총량의 70% 수준에 해당한다. 치사량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49일만에 숨진 권씨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었다.

CCTV엔 피가 오래 멎지 않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권씨를 놔두고 의료진이 퇴근했으며, 수술 이후 간호조무사 홀로 남아 권씨를 지혈한 시간만 35분에 이르는 등 병원의 총체적 부실을 입증할 여러 정확이 그대로 찍혔다. 이씨 측은 이를 직접 분석하고 전문 감정기관에 의뢰해 받은 감정결과까지 모두 모아 검찰에 제출했으나 검사는 상해나 사기는 물론 쟁점이 된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사건을 수사한 담당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소속 성재호 검사다. 유족은 성 검사가 병원 측 변호인 윤모씨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각별한 사이라며 항고했으나 서울고등검찰청은 성 검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재차 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본지 2월 15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항고 기각... "약자 눈물 닦는 검찰은 어디에"’ 참조>

파이낸셜뉴스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지난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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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에 법적 효력 없다지만··· "할 수 있는 게 이것 뿐"

이나금씨가 제출한 탄원서는 모두 1002장이다. 지난 21일 있었던 3차 형사공판에 앞서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매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 각지를 돌며 지나는 이들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 모은 것이다.

이씨 사건이 공론화되며 그녀를 돕는 시민들의 지원이 이어졌으나 탄원서를 받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자가 이씨의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지켜본 결과 지나는 시민 100명당 1명이 서명을 해줄까 말까 했다.

다행인 점은 일부 권대희 사건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와 지지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홍대앞 시위 현장에선 2시간여 동안 우연히 지나던 시민 4명이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며 다가와 서명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무려 4년 동안이나 홀로 싸움을 이어왔던 이씨에겐 고무적인 일이었다. <본지 5월 16일. ‘아들 잃고 1인 시위 나선 어머니...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참조>

이에 대해 이씨는 “서명을 해주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선 정말 자기 일처럼 여기고 다가와서 말도 해주고 글도 써주시는 분이 있다”며 “하늘에서 죽은 대희가 도와주는 것 같아 감사하고 감동할 때가 많다”고 울먹였다.

한편 이씨로부터 탄원서를 전달받은 최창석 부장판사는 "입법활동을 위해서나 가슴아픈 걸 알리기 위해서 서명을 받는 건 알겠지만 우리 재판부를 위해선 탄원서를 받지 않길 바란다"며 "탄원서가 100만부라고 해서 재판부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는 앞으로도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받아 재정신청 담당 재판부 등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핵심 혐의를 불기소한 상황에서 유족이 별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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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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