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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데스크칼럼] '착한 임대료' 운동, 공항공사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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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뉴딜(New Deal). 1929년 미국에 불어닥친 대공황 극복을 위해 미국 제32대 대통령 F.D.루스벨트가 추진했던 정책이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미국 전통경제의 원칙마저 버리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미국 역사상 큰 획을 그은 경제정책으로 꼽힌다.

1930년 불었던 미국 뉴딜이 90여년 시간이 지나 한국에 상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닥으로 치닫는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한국판 뉴딜을 선언했다. 그리고 연일 이 정책에 속도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문재인표 뉴딜이 국내 경제, 특히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을까. 추락하는 면세업황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의 선언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면세업계는 지난 3월 매출감소 상위 10개 업종 중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하락폭은 전년동기 대비 88%에 달했다.

국제선 항공편 운항 중단 영향이 컸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9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손실이 각각 490억원과 324억원을 기록했다.

면세 업황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정부는 내수통관 허용(재고품 일반판매), 제3자에 대한 해외 반송 허용 등의 수습책을 내놨다. 하지만 재고 명품 일반판매는 난항을 겪고 있고, 면세품의 3자 국외 반송과 내수통관 허가 역시 판매 능한 재고가 1000억원 수준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업계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임대료에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면세점 임대료는 신규사업자들의 잇단 진출로 임찰금액이 덩달아 올랐고 자릿세도 고공행진했다. 유통업계 빅3가 인천공항공사에 지불하는 월 임대료는 신세계 365억원, 신라 280억원, 롯데 193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제선이 인천공항으로 일원화되면서 매출 0 상황임에도 롯데면세점은 월 임대료 50억원을 내고 있다.

덕분에 짭짤한 재미는 공사가 챙겼다. 인천공항공사만 해도 지난해 공사면세점이 거둬간 임대료는 총 1조761억원으로, 이중 대기업으로부터 9846억원(91%)을 받았다. 공사는 지난해 38개 출자기관 중 가장 높은 배당액을 정부에 제공하면서 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사의 미온적인 태도는 납득이 가지않는다. 공사는 지난달 초 대기업 면세점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한다고 했지만, 내년도 할인율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달면서 면세기업들을 헛웃음 짓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지적에 공사는 한발 물러나 추가 감면안을 내놓겠다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깜깜 무소식이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은 착한임대인 운동을 외쳤다. 직접 나서 칭찬하고 격려하자, 이 캠페인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전국 각지에서는 코로나19로 신음 중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움직임이 거셌다. 다만 대통령이 외친 착한 임대인 메시지가 유독 정부 산하 기관인 인천공항공사에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면세점들은 코로나19로 고사 상태에 놓였다. 이대로라면 줄도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면세점 건물주는 지극히 가진 자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해법만을 내놓고 있다.

면세는 대표적인 정부 허가산업이다. 이로 인해 한때 면세점 대전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정부는 진입티켓을 남발했다. 그 결과 자릿세는 높아졌고 면세점업계 자체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막상 너도 나도 어려운 시기가 되니 정부는 조삼모사식 탁상행정만 내놓고 있다.

국가프로젝트 뉴딜이 취지대로 한국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면세시장에서는 공항공사의 태도전환이 필요하다. 손쉽게 허가를 내주고 임대료를 거둬갈 때는 언제고,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신음 중인 면세점업계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이다.

지금은 면세점 종사자들의 깊어진 주름살을 펴줄 통큰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원을 할꺼면 제대로 해야한다. 면세업계는 화약고를 안은 상태로, 오늘도 곡소리를 내고 있다. 공사를 먹여살린 입점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속시원한 임대료 인하 소식으로 추락하는 면세업에 희망을 안기는 공사를 기대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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