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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혈세 축내다 '돈 없어서'…백십자사, 재산 매각 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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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피스텔 등 매각 허가 신청…경기도 '보완' 요구

"연 130억 보조금 지원받는데 1억5천만원 없나" 비판

법인 "재정 여건상 운영비 충당도 어려워" 반박

감독기관 경기도 '매각 허가냐, 법인 취소냐' 부담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노컷뉴스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인천평화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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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실 운영으로 정상화가 시급한 경기 지역 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가 전관예우 성격의 이사 선임을 한 데 이어 부실 운영으로 인한 손실을 법인 소유 부동산 매각으로 해결하려 해 논란이 예상된다.

수십년간 수백억원의 세금 지원을 받은 법인이 자신들의 부실 운영의 책임을 그동안 지원받았던 세금으로 마련한 부동산 재산의 매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백십자사 "회계 부족분 1억5600만원 채워라" 행정처분에 재산 매각 시도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백십자사가 제출한 '기본재산처분 허가 신청'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이는 법인이 제출한 허가 서류가 미비해 이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는 의미다.

백십자사가 처분하려는 기본재산은 인천 중구 운서동의 오피스텔 상가 3곳에 입주한 건물 4동이다. 이들 가운데 1동은 법인사무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3동은 공실이다. 이 건물들은 모두 현 법인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에 구입했다.

백십자사가 기본재산 매각을 시도하는 건 최근 감독기관인 경기도가 부실 회계 운영비 1억5600여만원을 채우라고 행정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인은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십자사의 기본재산 매각 시도를 둘러싸고 안팎에서 시끄럽다.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을 꼼수로 해결하려한다는 지적과 별도의 보조금 지원 없이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는 법인의 재정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 "연 130억원 보조금 지원 법인인데…" VS "운영비 충당도 어려워"

지난 1957년 고(故) 임병덕 목사가 문을 연 백십자사는 부천혜림원, 혜림요양원 등 경기와 인천 지역에 걸쳐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4곳, 직업재활시설 2곳, 특수학교 1곳, 어린이집 1곳, 공동생활가정 11곳 등 모두 19곳의 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다.

400여명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이 법인의 시설을 이용하고 직원 수는 200명을 넘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 규모도 연간 130억원 내외로 지역에서도 제법 큰 규모에 속한다.

백십자사는 임 목사가 작고한 뒤인 1999년부터 장남이 법인을 이어 받으면서 부실 운영 지적이 잇따랐다.

경기도가 2017년 백십자사를 감사해 적발한 사항도 △후원금 사용 부적정 △법인 회계 운영 부적정 △법인 기본재산 무허가 임대 △재산취득 미보고 △외부 추천이사 미선임 및 이사회 운영 부적정 △목적사업 외 사업 시행 △외부추천 감사의 직무집행 거부 △자산취득 물품 관리 부적정 등 여러 개에 이른다.

도가 최근 백십자사에게 부적정하게 사용한 법인 회계 운영비 1억5600여만원을 정상화하고 대표이사 직무집행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법인 안팎에서는 매년 1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는 법인이 1억5600만원의 회계 공백을 채우지 못해 기본재산 매각을 시도하는 건 세금만 축내다가 문제가 생기자 너무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법인은 별도의 보조금 지원 없이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는 재정 여건상 해당 회계 금액을 채우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보조금은 법인 내 시설로 가는 것이지 법인 자체에 지급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법인이 그만한 돈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 백십자사 운명 손에 쥔 경기도 "매각 허가냐, 법인 취소냐" 부담

결국 백십자사의 운명은 허가 기관인 경기도가 쥐고 있는 셈이지만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매각을 불허해 법인 설립이 취소되면 백십자사를 이용하는 수백명의 장애인들의 거취가 불분명해지고, 법인이 보완 요건을 충족해 매각을 허락해도 적절한 결정이 아니라는 비난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기·인천 지역 사회복지·시민사회단체 20여 곳이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법인 이사회 전원 해임,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며 도를 압박해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도가 백십자사에 요구한 서류 보완 요구 기한은 최대 7월 초까지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인과 주변 사정을 심사숙고하고 보완 제출 서류 역시 꼼꼼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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