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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나눔의 집’ 책상 서랍에 엔·달러 현금뭉치…잠적한 직원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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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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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발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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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OOO, 10,000엔."

횡령 의혹 속에 잠적한 전 나눔의 집 사무국장의 책상에서 현금뭉치가 발견됐다. 달러, 엔화 등 외화가 510만원어치, 원화도 114만원 나왔다. 일부에는 외국인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그의 침묵 속 그 누구도 624만원의 출처를 모른다. 직원들은 나눔의 집을 직접 방문한 이들이 현장에서 기부한 현금이라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경기도 광주)의 전 운영진이 회계를 부실하게 관리하고 횡령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일본인 직원이 기부한 27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개인계좌로 통해 횡령, 현금 후원금 및 보조금 횡령, 회계장부 미작성 등 관련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인 직원 기부한 2700만원 개인계좌로…'자금 행방 묘연'

나눔의 집 직원들이 수원지검에 제출한 김정숙 전 사무국장에 대한 고발장에 따르면,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일본 국적자 A씨가 기부한 약 2700만원을 개인계좌로 받아 일부를 횡령한 의혹을 받는다.

A씨는 당초 나눔의 집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그는 일한 시간대비 많은 액수의 급여를 받는다고 판단하자 나눔의 집 후원금 관리를 전담해온 김 전 사무국장에게 그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전했다.

김 전 사무국장은 자신의 개인계좌로 보내면 이를 알아서 회계처리하겠다고 알렸고, A씨는 그의 말을 믿고 3년 간 약 2700만원을 송금했다.

언뜻 보면 미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눔의 집 공식 후원계좌에는 A씨의 명의로 된 기부 내역이 없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이마저도 A씨가 우연히 직원들과 대화하다가 A씨가 그동안 기부해왔다는 말이 나오면서 밝혀진 내용이다. 그 전까지 다른 직원들은 A씨가 김 전 사무국장을 통해 기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김 전 사무국장이 이와 관련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결국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김 전 사무국장은 이에 A씨의 기부금을 전액 나눔의 집에 '무명' 을 포함한 다른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 입금 액수와 날짜가 A씨가 기부한 금액 및 일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김 전 사무국장이 A씨 및 다른 직원 B씨의 계좌를 이용해 시설 보조금 등 공금을 횡령한 정황마저 포착됐다. 나눔의 집 계좌에서 보조금을 A씨와 B씨의 계좌로 송금한 뒤, A씨에게 그 돈을 다시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는 식이다.


현금 후원금 횡령 의혹까지…통장 내역 공개 요구에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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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전 나눔의 집 사무국장 개인 책상서 발견된 현금뭉치. 직원들은 이 돈이 현금 기부금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사진=고발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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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상세한 개인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김 전 사무국장은 잠적했다. 지난해 8월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단결근에 나눔의 집 내부 감사도 같은 내용에 대해 묻자 이에 응답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해고됐다.

후원금 관리를 맡던 김 전 사무국장이 떠나자 직원들은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그의 책상을 찾았다. 그 책상에서 발견된 것이 현금 640만원이다. 이와 관련한 그 어떠한 기록도 남지 않아 직원들은 이 돈이 나눔의 집 방문자들의 현금 후원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전 사무국장은 현금 후원금 역시 나눔의 집에 전액 기부했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관련 기부 내역 역시 통장 내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직원들은 지난 2월 김 전 사무국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그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받는다.

직원들은 고발장에서 "나눔의 집에 근무하고 싶은 사람은 많았지만 대부분이 1년도 안돼 그만뒀다"면서 "기대한 것과 다른 실상을 알고 실망한 이들도 있고 김 전 사무국장의 고압적인 태도를 못 견뎌 떠난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폄하하는 수단이 될까 두려워 고발을 주저해왔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는 것이 다시 한 번 할머니들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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