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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고]전교조 탄압, 국가폭력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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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는 선생님께 매를 맞고, 학부모가 되면 선생님께 금품을 갖다 드려야 자식 걱정을 덜 수 있던 때를 옛 시절이 되게 한 분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이었다. 전교조가 이끌었던 인권교육, 민주주의교육, 협동교육, 학생 존중·노동자 존중 교육 등 이른바 참교육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렇지만 매를 들어야 교육이 된다는 사람, 교사는 권위적이어야 한다는 사람, 세상에는 위아래가 있다고 믿는 사람, 경쟁이 전부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전교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경향신문

고부응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현재 법원에서 법적 지위 여부를 다투고 있는 전교조는 1989년 창립되었다. 10여년간 비합법 지위에 있다가 1999년 교원노조법이 제정되면서 합법 노동조합이 되었다. 이후 13년 정도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다가 다시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로 다시 법외노조가 되었다. 탄핵으로 추방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20일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4시간20분에 걸친 공개변론에서 그동안 전교조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되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전교조의 합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지만 전교조의 법적 지위 문제는 법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는 노동자 집단에 대한 국가폭력의 문제이다.

자본주의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을 구축했다는 뜻에서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조차 노동자 집단에 대한 국가폭력의 부당성을 말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단합하면 고용주를 편드는 국가가 이미 갖추어 놓은 많은 법률을 동원해서 이를 눌러버린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 계급에 가해지는 국가폭력을 이미 240년 전에 지적했던 것이다. 스미스의 말을 들어보면 21세기 대한민국 교원노동자들의 처지가 18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처지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그 둘은 다르기도 하다. 18세기 영국 노동자는 주권이 없었지만(무엇보다 노동자는 참정권이 없었다) 현재 교원노동자는 노동권을 포함한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권리를 국가가 힘으로 빼앗는 것을 국가폭력이라 한다. 정부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전교조의 권리를 빼앗은 것이 바로 국가폭력이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하는 단체이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 전교조는 법정에서 법외노조 처분의 부당성을 현행 법률에 근거하여 주장했고, 그리고 당연히 그 주장은 옳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자격 규정 자체가 국가폭력이다. 자율 조직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국가가 개입하여 가타부타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대한 국가폭력은 법의 문제만도 아닌 국가의 공작 행위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대법원이 공모하여 법외노조 처분을 재판으로 정당화시켜 주었다. 이른바 사법농단이다. 며칠 전에는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파괴 공작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학부모 단체를 동원하여 전교조 비난 여론을 형성한 다음 정부는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만들려는 공작이었고 이 공작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은밀한 국가폭력이다. 국가는 때로는 법의 이름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노동자를 탄압한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사법부가 견제하는 권력분립 원칙이 살아있는지, 사법부 역시 국가권력 기구로서 정부의 한 축에 불과한지도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다.

고부응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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