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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 해결 전념”…‘마케팅 달인’ 나종호의 이유있는 변신

글자크기

평사원으로 출발 기업 임원·오너까지 ‘샐러리맨의 꿈’ 이뤄…2017년 강소기업협회 출범 “중소기업 경쟁력 키우는 게 취업시장 미스매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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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국가 미래를 흔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은 협회 설립 취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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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신대에서 4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말고사를 치르는데 한 덩치 큰 남학생이 자꾸 답안지를 새 종이로 바꿔가는 겁니다. 시험을 보면서 우느라고 답안지가 젖어 바꿔가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해야 하는데 취업이 안된다며 우는 겁니다. 사정을 듣던 학생들이 다 같이 울고…. 저도 그 학생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어요.”

나종호(63)란 남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다. 현재는 스스로 설립한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이다.

‘마케팅사관학교’로 불리는 CJ제일제당에서는 11년을 보내며 마케팅 팀장까지 지냈다. 밀가루, 설탕이 주력상품이었던 CJ제일제당에서 화장품, 세제 등 전혀 생각도 못한 제품을 출시하며 ‘신제품 론칭 담당역’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보령메디앙스 전무로, 한경희생활과학 부사장으로 전직하며 ‘샐러리맨의 꿈’이라는 임원 진출에 성공했다. 한경희생활과학까지 거치다 보니 ‘주전공은 마케팅, 부전공은 화장품’이라 할 정도가 됐다. 결국 화장품 회사 엔프라니의 대표이사까지 맡게 된다. 이후 샐러리맨 최종 목표인 기업 오너로 변신에도 성공한다. 농업법인 건농을 인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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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협회 조직을 만든 것은 전술했던 한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얻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학생들에게 “내가 평생 기업에 있어 왔는데, 청년 취업난이 이렇게 심각한줄 몰랐다. 앞으로 취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념하겠다”며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대기업의 연간 채용규모는 한정돼 있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지만 청년들이 선뜻 택하지 않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그는 중소기업을 경쟁력 있고 내실 있는 강소기업으로 만드는데 취업난 해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99%가 중소기업이라는 데, 대기업 급여의 50% 수준밖에 안되니 청년들이 가려고 하질 않습니다. 일부 중소기업 대표들은 젊은이들이 편한데만 찾는다고 혀를 차는데, 입장 바꿔 생각해봐요. 친구들은 100을 받는데 자기는 50 받는 직장, 미래가 불투명한 직장, 근무강도 높은 직장을 택하려 하겠습니까.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서 수익을 많이 내고, 직원 급여와 복지를 높이면 오지 말래도 가고 싶어할 것 아닙니까.”

그는 강소기업을 만들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정부와 정치권 주도로 결정하는 방식이 넌센스라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일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얼마나 높일지, 어떤 것은 주 52시간 위반이고 어떤 것은 아닌지를 정하는게 아닙니다.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서 직원 급여를 높여주게 해야죠. 지, 최저임금을 올리고 보장한다는건 일시적인 방법입니다. 대기업과 중기가 협업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불공정한 경쟁에는 심판관 역할을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죠. 최저임금, 근로시간은 직원 복지와 관련된 일인데 그건 기업의 영역이예요.”

오는 30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조언을 내놨다.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예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아니라 법을 없애는 국회가 돼달라고요. 자꾸 이런 저런 법 만들면서 규제를 강화하는데, 바이오나 전기차, 환경, 에너지쪽에서는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규제에 묶여서 사업을 못해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줘야 어쩔 수 없이 외국 갔던 회사들도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다시 마케터 나종호로 돌아가보자. 그는 침체에 빠진 기업이나 새로운 제품, 브랜드 출시가 절박한 곳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주는 ‘마케팅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에게는 ‘순도 100% 마케터’, ‘엔프라니의 전설’ 등의 별칭도 따라붙는다.

“마케팅은 고객이 불편해 하는 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활동입니다. CJ제일제당에서 줄곧 식품사업을 해 왔는데, 화장품 시장에 대해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소비자들이 하나같이 불만으로 꼽는게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렴한 화장품을 공급하면 그 불만만큼 시장 기회가 열린다는 것 아닙니까.”

소비자 나종호 접하면 나 부회장은 ‘이게 기회다’ 싶은 생각에 피가 뜨거워진다. 화장품이라면 백화점이나 전문 양판점에 가야만 살 수 있던 시절. 로션 한 통에 1만5000원 내지는 2만원하던 화장품을 ‘식물나라’라는 브랜드로 4000원, 5000원으로 가격을 낮춰 내놨다. 판매처도 슈퍼마켓과 마트 등 생필품을 구매하는 유통채널로 잡았다.

“당시 업계에서 화장품을 슈퍼에서 판다며 비웃음을 샀는데, 출시 첫 해에만 600억원 매출을 냈어요. 그 당시 600억원이면 화장품 업계 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규모였습니다.”

“한경희생활과학에선 신사업으로 화장품을 주목하고 경력사원 13명을 뽑았는데, 이들이 전 직장에서 했던 선크림, 주름예방, 미백효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더라고요. 화장품업계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굴지의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신생 업체가 어떻게 같은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습니까. 직원들 불러놓고 ‘우리는 기존 화장품 회사들이 하는 제품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엄포부터 놨어요.”

화장품사업 하겠다며 불러모은 직원들에게 이전에 했던 것은 하지 말라니…. 직원들의 당혹감은 말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술렁이는 직원들에게 “우리만의 강점을 생각해보라”고 화두를 던졌다.

“경영의 핵심 원칙 3가지가 첫째는 고객중심, 둘째는 차별화, 마지막이 협업입니다. 고객들이 뭘 원하는 지를 살펴보고,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가전으로 시작한 회사라 기기, 기계를 다루는 것은 훨씬 잘할 것 아닙니까. 이런 장점을 살려서 차별화해야 살아남죠.”

기계와의 접점을 찾은 끝에 내놓은 제품은 진동파운데이션이었다. 기기가 미세하게 피부를 두들겨주면서 파운데이션을 피부에 발라주는 제품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파운데이션을 피부에 밀착시키기 위해 피부를 두들겨주는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출시 직후 홈쇼핑사들이 앞다퉈 물량을 받아갈 정도로 히트를 쳤다.

진동파운데이션이란 히트상품을 내고 나니 엔프라니에서 구원 요청이 왔다. 20~30대를 겨냥한 새로운 느낌의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엔프라니는 10여년이 지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쇠락했다. 엔프라니에 지분이 있던 CJ제일제당이 보다못해 나 부회장에게 SOS를 쳤던 것이다.

“제가 ‘엔프라니’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입니다. CJ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있을 때 제가 런칭한 브랜드이니 애정이 있었죠. 그런데 가보니 적자가 심했어요.”

엔프라니에 가자마자 그는 신제품 개발부터 시작했다. 생사 위기에 접한 중소기업이 살아날 가장 빠른 길은 똘똘한 히트상품 하나 내는 것이다.

“제품 하나 만들려면 준비 기간을 1년은 잡아야 합니다. 엔프라니는 1년이나 기다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어요.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야겠다 싶어서 진동파운데이션을 더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틀었죠. 당시 엔프라니 제품은 파운데이션이 진동 용기 안에 내장된 상태라 한경희생활과학 제품과 특허기술이 다르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진동파운데이션 하나만 1년에 350억원, 회사 전체로는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회사가 확 살아났어요.”

이곳 저곳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다보니 ‘내 사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농업법인 건농의 지분을 인수하고 직접 경영을 하며 74억원이었던 매출을 1년만에 140억원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승승장구했던 건농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은 한국강소기업협회를 만들면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건농을 둘러보고, 오산 한신대에서 경영학 강의도 하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협회 일까지 챙기려니 하루 이동거리가 250km에 달했다.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 싶어서 건농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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