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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자동차 관람·띄어앉기…비대면 시대 '거리두기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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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비대면' 시대를 맞아 대중음악계는 너나없이 온라인 공연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오프라인 공연의 현장감에 대한 갈증도 그만큼 깊어진 것이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오프라인 라이브 공연 형태를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안에서 관람하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다. 자동차 극장과 유사한 시스템을 음악 공연에 적용한 것이다.

연합뉴스

드라이브 인 콘서트 with 이승철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국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을 위한 문화 이벤트 성격으로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오는 23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는 'DMZ 평화이음 드라이브 인 콘서트 with(위드) 이승철' 공연이 열린다.

인제군이 주최하고 가수 이승철, 벤, 강원도 출신 창작국악 그룹 자락이 출연하는 이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티켓 구매 금액만큼 공연 현장에서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지정석으로 진행되고, 무대에서 멀리 있는 차량은 자동차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음향을 들을 수 있다.

이승철은 소속사를 통해 연합뉴스에 "음악 팬들이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취지와 노력에 공감이 돼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해보는 공연 형식이라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데, 앞으로 이런 새로운 공연 형식의 활성화를 통해 대중문화 예술인이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음악 팬들을 찾아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버스킹 도전 프로그램인 JTBC '비긴 어게인'도 국내에서 '거리두기 버스킹'을 떠나는 콘셉트의 새 시즌에서 드라이브 인 방식의 콘서트를 시도했다.

'비긴 어게인' 측은 지난 16일 서울 외곽 모처에서 출연진, 사연 모집을 통해 당첨된 관객들과 함께 드라이브 인 콘서트 녹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돼 안전하기도 하면서,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도 있도록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진행을 했다"며 "어느 순간 자동차 라이트와 클랙슨으로 소통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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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인' 공연하는 키스 어번
[AP/Guitar Monkey Entertainment. 재판매 및 DB 금지]



외국에서도 드라이브 인 콘서트가 새로운 공연 포맷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컨트리 스타 키스 어번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인근의 한 자동차 극장에서 지역 대학병원 의료진을 위해 비공개 콘서트를 열었다. 의료 인력 200여명이 125대의 차량에 탑승한 채로 공연을 관람했다.

어번의 공연은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한 이벤트 성격이 컸지만, 현지에서는 코로나 국면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된 유명 가수의 '오프라인 콘서트'라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로 미국 현지 공연업계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새로운 공연 모델로 확장할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거대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올여름 미 전역 40여개 야외극장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인 형태의 공연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내 국공립 극장이 방역을 위해 도입한 '거리두기 좌석제'가 대중음악 콘서트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은 이달 9일부터 24일까지 7회에 걸쳐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온리 발라드'(Only Ballad) 공연을 연다. 객석을 '지그재그식'으로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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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승환은 최근 자신의 SNS에 공연 사진과 함께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예술적 성취는 두 배로 늘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드라이브 인 콘서트나 거리두기 좌석제 공연은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면서도 가수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라이브 공연이 전멸하다시피 한 가운데 가수도 관객도 '현장'에 대한 갈증을 달랠 기회인 셈이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콘서트들이 이벤트 성격을 넘어 대중음악계의 유효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거리두기를 위해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다 보면 유치할 수 있는 관객 수가 제한되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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