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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진은 말한다] 지리산 부부, 2009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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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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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직업 중에서 가장 정직한 직업이 농부라고 했다. 평생을 농사일에만 종사한 사람들을 찍기 위해 지리산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른 아침 경남 함양군 마천면 덕전리 마을을 지나치다가 밭에서 일하는 부부를 발견했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이 보이는 시간에 부부가 밭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한 장의 그림 같았다. 밀레의 그림 '만종' 속 기도하는 부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진을 찍자 농부가 나를 불렀다. "집에 가서 아침 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다. 친절한 부부가 내놓은 따뜻한 잣죽 한 그릇을 먹고 커피까지 대접받았다. 지금까지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잘 찍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들이 모델로는 시원찮아서 안 찍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소원을 이뤘다"고 농담을 했다. 잣죽을 대접받은 보답으로 며칠 후 그 사진을 보내주자, "꼭 한 번 집으로 놀러오라"는 전화가 왔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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