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국가는 두 가지에 충격을 받았다. 중국 내 제조공장이 멈추자 이들 국가의 생산도 연쇄적으로 멈춰버린 것, 또 중국발 바이러스에 당하면서도 중국산 의료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것. 이에 리쇼어링을 강조, 기업을 불러들일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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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비용 대 줄테니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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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공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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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탈중국 리쇼어링 기조는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때부터 계속돼왔다. 오바마 정부는 유턴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을 20% 보조해줬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낮춰놓은(38%→28%) 법인세율을 21%까지 내리고 세제 지원책을 펼쳤다.
이런 탈중국 바람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층 더 강해졌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미국 제조기업들의 이전 비용을 100% 대야 한다”면서 “공장과 장비, 지적 재산권과 재건 등에 대한 경비를 즉시 지원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불행히도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가 제조 부문을 얼마나 중국에 아웃소싱(인력·설비·부품의 외부 용역)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공급 의존을 낮추자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톰 코튼 상원의원 등은 중국산 의약품과 재료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금지하고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커진 중국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이 추진력을 더한다. 최근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은 20%대로 추락했다.
무역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동시킨 국방물자생산법(DPA)으로 향후 일부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생산이 영구히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등의 수입의존을 낮추고 국내 생산을 늘리려 DPA를 시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마스크 70%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일본의 거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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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일본 정부도 22억 달러(2조7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중국에 있는 자국 제조기업들이 일본으로 돌아오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일본기업의 대중국 부품 수입의존도는 20%가 넘는다.
정신이 번쩍 들긴 유럽도 마찬가지다. 21일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EU는 무역 의존도를 낮출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오프쇼어링(생산기지의 타국 진출)은 지속 불가능하며 EU는 산업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중국산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사기 위해 앞다퉈 전세기를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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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기,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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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공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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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제조 기지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응답자 70%가 코로나19 때문에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옮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커 깁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커들로 위원장이 미국 기업의 이전 비용을 대겠다고 했으나 회사를 옮기는 건 여행 가방 싸는 것과는 다르게 복잡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년간 서방 국가들의 생산기지로서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과 인프라 등을 갖춰왔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도 중국 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알란 비베 중국 미 상공회의소장은 "공장 폐쇄 이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이와이 탕 홍콩대학 경제학자는 "일본의 기금, 미국의 이전 비용 지원 같은 정책은 자국의 비싼 노동력과 땅값 등을 상쇄해주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높은 임금과 고령화 등으로 2000년대 들어 제조업체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이에 일본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과 공동체를 결성했다. 자국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면 최소한 태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시설을 옮겨 '탈중국'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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