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당, 양정숙 총선 뒤 제명…진중권 "오거돈 이어 또 은폐 시도"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시민당(시민당)은 28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신탁 등 재산신고 관련 의혹을 받는 양정숙 당선인을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정은혜 시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윤리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당 윤리위원회는 양 당선인을 당규에 근거해 제명을 의결했다”며 “허위자료 제출 의혹, 검증 기망 사안, 세금탈루를 위한 명의신탁 의혹 건은 현행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최고위원회에 형사고발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당 윤리위는 양 당선인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징계사유인 당헌ㆍ당규 위반, 당 강령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수장학회 임원 취임 건은 당의 품위 훼손에 해당하며 허위자료 제출 의혹은 당무에 중대한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ㆍ15 총선에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며 중앙선관위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등 5채 부동산을 포함해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양 당선인은 재산증식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양 당선인의 신고액은 약 49억원이다. 4년 새 43억원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동생 명의를 내세워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 당선인은 이날 윤리위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다 소명했다. 최근 구입한 부동산도 아니고 2005년에 증여받거나 그 이후 상속받으면서 가액이 증액된 것이다”며 “가액 상승분은 가계부채 해결이나 해비타트 등 좋은 취지로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법사항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경준 전 검사장 변론과 정수장학회 지부장을 맡은 건과 관련해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양 당선인은 ‘진 전 검사장 변론은 직접 맡지 않고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고 정수장학회 지부장을 맡아서 역할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소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당 관계자는 “진 전 검사장 변론을 맡은 것과 관련해 양 당선인은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정수장학회 경력도 처음에는 몰랐다고 했지만 추후 관련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양 당선인은 “제가 민주당 출신이니 시민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서 의논해 결정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차원에서 사퇴를 권유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그걸 연락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당은 총선 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사퇴를 권유했다는 입장이다. 제윤경 시민당 대변인은 “총선 전에도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본인이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불성실한 소명과 자료제출 회피, 가족들 간 입 맞추기로 인해 당이 할 수 있는 강제조사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권이 양 당선인 문제를 총선 전에 인지하고도 악재가 될 가능성을 우려해 처리를 선거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양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진 건 총선 전인 지난 8일 한 방송사 보도를 통해서다. 이후 민주당과 시민당이 양 당선인의 주택ㆍ상가 거래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을 인지했다고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거돈 건도 양정숙 건도 총선이 끝나기 전까지 사건이 성공적으로 은폐됐다.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유의해야 한다”고 썼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조수진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전 시장 사건과 양 당선인 사건 모두 선거 당일까지 감추어졌다. 우연이 두번 반복되면 필연이라는데 정말 모두 우연일까싶다”고 말했다.

양 당선인의 제명은 7일간의 재심 청구기간이 지난 후 최고위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비례대표 당선인이 제명되더라도 스스로 사퇴하거나 법적으로 당선인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 한 무소속으로 당선인 신분은 당분간 유지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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