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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 압력에 '코로나19 보고서'에서 중국 비판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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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중국이 국제적으로 허위정보 캠페인했다' 문구 등 삭제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중국과 러시아의 가짜뉴스 배포 행위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비판 문구를 순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EU 보고서 초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언급을 줄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적시했다. 이를 위해 '미국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중국 측이 주장했다는 사실도 담았다.

보고서 초안에는 "중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책임을 모면하고 자신의 국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적인 차원의 허위정보 캠페인을 이어갔다"며 "공공연한 행동은 물론 비밀 작전도 목격됐다"고 적혀있다.

프랑스 정치인들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인종적 모욕을 했다는 가짜 주장,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퍼뜨려 서구 사회에 불신의 씨앗을 뿌리려 했다는 내용도 초안에 있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1일(현지시간)께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당일 오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모닝 뉴스레터'를 통해 그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이 곧바로 개입했다.

중국 관리들이 보고서 발간을 막기 위해 베이징 주재 EU 대표자들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측이 EU를 상대로 최소 2건의 고위급 통화를 하고 압박을 가했다고 NYT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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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AP=연합뉴스]



보고서를 작성한 EU 허위정보 대응 태스크포스 내부 이메일을 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선임 보좌관인 에스테르 오소리오가 그날 보고서 발간을 중단시킨 것으로 돼 있다.

오소리오는 태스크포스 소속 전문가들에게 '편견을 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덜 노골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EU 외교관인 루츠 귈너는 이메일에서 "벌써 중국은 보고서가 나올 경우 대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결과 "중국이 국제적인 차원의 허위정보 캠페인을 이어갔다"는 문장이 통째로 삭제되고, 중국과 프랑스 사이의 갈등에 관한 문구도 사라졌다고 NYT가 전했다.

보고서 발간 보류와 내용 수정은 일부 EU 외교관들과 태스크포스 소속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노와 좌절을 일으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 전문가가 상관들에게 "EU가 중국 공산당을 달래려고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보내는 등 공식 저항 움직임도 있었다.

'중국 비판'을 둘러싼 EU의 보고서 후퇴는 유럽이 중국으로부터 무역 양보를 얻어내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계 복구를 희망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EU와 중국의 교역 규모는 하루 16억 달러 이상이었고,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과 프랑스 농가들이 특히 대중 수출이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보고서 수정을 명령한 적이 없다며 "작성과 편집이 끝나면 즉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해명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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